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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탁구,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함정?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일중이 정말 쓰러졌을까 의심이 갑니다. 아, 이거 너무 지나친 의심병 아니냐고요? 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저는 구일중이 미리 계획한 각본에 따라 쓰러진 것이 아닐까 의심부터 드는 것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구일중이 조진구를 시켜 탁구 엄마를 한승재의(구일중은 그것이 한승재라고는 생각 못했겠지요. 다만 엄마가 위험하다고 탁구에게 보낸 신유경의 편지를 보았을 뿐이지요) 마수로부터 지킬 뿐 아니라 탁구로부터 멀리 떼어놓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보니 구일중이 그런 자기의 잘못을 김미순에게 실토했군요. 김미순의 표정으로 보아선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1차로 한승재가(이때만 해도 한승재는 서인숙의 사주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로봇 같았지요) 시키는대로 신유경의 아버지가 겁탈을 하려 했고, 이때 조진구가 나타나 김미순을 구했지요. 

▲ 구일중은 쓰러지고, 서인숙은 구일중의 서재에서 지분서류를 뒤지고, 환자를 병원에서 집으로 옮기자고 한다. 그런 서인숙에 놀라는 두 딸과 묘한 눈길로 쳐다보는 구마준.


그러나 조진구는 김미순을 구하는 걸로 임무가 끝난 것이 아니라 김미순을 멀리 보내 탁구로부터 떼어놓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 2차 계획은 물론 구일중이 시킨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어제 구일중이 고백한 바 김탁구에게서 김미순을 지우고 완전한 자기 장남으로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아마도 역시 구일중은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 길들여진 구세대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 나이로 보더라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 해당하겠네요. 김탁구는 그럼 우리와 같은 세대지요. 구일중과 김탁구, 구마준의 차이도 그걸 잘 보여줍니다. 구일중은 절대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는 법이 없지만, 김탁구 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구일중은 무언가 일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비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한승재 못지 않게 용의주도한 사람입니다. 김미순을 구하고 다시 멀리 보내려고 한데서 그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어제 김미순과의 대화에서 김미순이 벌이고 있는 지분전쟁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아,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지난 주에 한승재와 서인숙이 김미순에게 빼앗아간 지분 있지 않습니까? 김미순에게 돈을 빌리고(물론 김미순인지도 모르고 그랬던 거지만) 담보로 맡긴 지분을 폭력적으로 강탈해갔었지요. 저는 그게 꽤나 미심쩍더군요. 김미순이 그리 쉽게 당한다는 게… 글쎄요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뭔가 함정 아닐까? 닥터 윤도 그렇게 사태 분별을 못하는 그런 멍청한 사람도 아니고, 김미순도 14년의 복수심에 갈고닦은 노하우가 꽤 될 터인데 서인숙과 한승재가 물리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 못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죠. 

혹시 한승재가 깡패들을 대동하고 지분이 든 서류가방을 빼앗아가는 장면을 촬영해두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던 것이죠. 1주일 남았나요? 이사회가 열릴 때 그걸 미끼로 서인숙과 한승재의 항복을 받아내는 뭐 그런 시나리오 말입니다. 그렇다면 서인숙과 한승재는 김미순의 함정에 빠진 셈이 되는 거지요.  

좀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간다, 그래서 김탁구가 인간경영을 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어설프군요. 그런데 이번엔 확실히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구일중이 쓰러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구일중이 갑자기 쓰러졌을까? 물론 한두 차례 뇌졸증의 징후가 오는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주변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구일중은 미리 사전에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그의 고문변호사에게 자기의 모든 권리를 김탁구에게 양도한 것입니다. 

김탁구는 구일중의 모든 권리를 양도받음으로써 사실상, 아니 진짜로 거성의 회장이 됐습니다. 고문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에 이런 조치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부터 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길 줄 알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조진구가 구일중을 찾아가 구일중이 일전에 제안한 것을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 제안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란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승재가 파놓은 음모들의 내막을 밝혀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조진구는 한승재를 찾아갔고, 한승재는 그런 조진구에게 손을 내밀며 잘해보자고 합니다. 무얼 잘해보자는 것일까요? 아무튼 조진구는 한승재의 음모 깊숙이 들어갔으며, 그것은 김탁구를 위해서이고 또 팔봉집을 쑥밭으로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이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시나리오가 있음이 느껴집니다. 도대체 구일중은 어떤 안배들을 해놓은 것일까요? 김탁구를 위해 어떤 장치들을 해놓았을까요? 조진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거성가에 들어온 김탁구, 태풍을 예고한다.


별 탈도 없는 사람이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 행세를 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일중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고문변호사를 통해 거성을 김탁구에게 넘긴 것. 조진구에게 맡긴 임무.

서인숙은 진심을 내보이며 마음 약한 시청자들의 동정을 구하다가도 어느새 다시 악마의 본색으로 돌아감으로써 사람을 슬프게 하는군요. 그런 서인숙을 바라보는 한승재는 더욱 더 악마의 길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고 있고 말이죠. 인간의 질투심이 그 끝이 어딘가를 보여주려는 듯이.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은 구일중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데리고 가는 서인숙, 그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의아심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두 딸 구자경과 구자림, 그런 어머니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구마준. 구마준은 그녀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결국 그녀의 야망은 곧 자기의 야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준은 어머니에게 반항하지만, 한편 그런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야망과 음모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어쨌거나 구일중이 쳐놓은 덫에 서인숙과 한승재가 걸릴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들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보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드라마는 또 현실과는 다릅니다.

▲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 방화범에 절도범, 팔봉선생을 죽게 한 사람이 관을 들었다.


구마준도 이미 팔봉빵집 식구들로부터 용서 받았습니다. 그는 팔봉빵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이며 발효일지란 제조기밀을 훔친 절도범에 기술유출범입니다. 이 일로 팔봉선생은 쓰러졌고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팔봉선생의 사위이며 팔봉빵집의 대장 양인목은 조문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팔봉선생의 관까지도 들게 하지요. 저로서는 도무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장면이었습다만, 이대로라면 한승재와 서인숙이 용서받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어떻게 될지 결말로 달려가는 끝이 궁금할 뿐입니다. 아울러 이제는 김탁구, 더 이상 바보처럼 굴지 말고 의젓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