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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남희석의 빼어난 칼럼 뒤에 만난 섹스테크닉

방금 김주완 기자의 블로그를 읽다가 그가 링크해놓은 개그맨 남희석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는 칼럼이었는데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을 뿐 아니라 글재주도 보통이 아니었다. 김주완 기자의 글 제목은 <기자보다 훨씬 글 잘쓰는 개그맨들>이었다.

김주완 기자가 글 잘 쓰는 개그맨으로 제일 먼저 소개한 이는 김제동이었다. 김제동, 그의 촌철살인은 정치인 노회찬에 비견될 정도로 유명하다. 앙드레 김의 타계소식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이랬단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의 의상이 더 예뻐지겠네요."

김미화. 그녀의 놀라운 화술로부터 나오는 지식의 보물들은 이미 충분히 경험한 터다. 물론 그 보물들은 이제 더는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많은 유명한 앵커들, MC들, 토론진행자들, 대학교수들이 쫓겨날 때 그녀도 함께 막차를 탔다.

그러니 그녀가 글을 잘 쓴다고 해도 별로 놀랄 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글을 잘 쓰는가보다. 김주완 기자가 소개한 그녀의 글을 읽어보니 정말 놀랍다. 재치가 번뜩인다. 마이클 잭슨의 노랫말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유 아 낫 얼론~"을 "넌 언론도 아니야~ 넌 언론도 아니야~"로 해석하는 순발력.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김제동이나 김미화야 세상이 다 아는 유식한 개그맨이니 그렇다 치고, 다음에 소개한 남희석의 글이었다. 남희석의 글 속에서는 개그맨 특유의 맛깔스러움이 묻어났지만, 그에 더불어 세상을 사는 지혜가 숨어있었다. "그게 아니라"나 "쉽게 말해서"는 실제 우리가 자주 접하거나 쓰는 말이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되고 있는 그의 칼럼 『아무거나』 중 <'쉽게 말해서'란 말을 삼가라>의 몇 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회의를 하다보면 앞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그게 아니라’를 갖다 붙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뭔 이야기를 해도 그게 아니고를 붙이니 그 사람에게 면박을 당한 기분이 들기 일쑤다. 더 웃긴 건 결국 자기도 같은 생각을 이야기할 때마저도 그게 아니고를 붙이니 남의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짓이다.

어떤 회의 고수가 내게 조언해 준 것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라는 말을 삼가라는 것이었다. 한참을 설명하고는 ‘쉽게 말해서’를 하는 것은 상대가 이런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못할 말은 아니지만 주의하는 것이 좋은 말이다. 부득이 써야 한다면 ‘다시 말해서’ 정도로 바꿔도 무방하다.

내 동생 중에 보배드림이라는 회사를 하는 이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회사를 일궈서인지 겸손을 앞에 아바타로 항상 데리고 다닌다. 근데 이 친구는 ‘외람되지만’을 입에 붙이고 산다. 겸손도 지나치면 오만이다. 외람된 이야기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할 수밖에 없나보다. 암튼 이 또한 한번 잘 쓰면 좋은 말이지만 과하면 그 말만 들리게 하는 악수다.

얼마나 훌륭한가. 나는 이 몇 줄의 짤막한 글을 읽고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다. 마치 고승이 면벽하다 번쩍 하는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을 잡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희열이 내게도 들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아니고'라든가 '쉽게 말해서'란 말은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내가 '그게 아니고' 하는 순간 나는, 이어질 나의 주장에 대한 지지자 한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란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내 앞에 있는 절친한 동무들과의 사이에 커다란 벽을 쌓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깨달음은 개그맨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다. 

김제동, 김미화, 남희석 모두들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명민함에 감탄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그러나 순식간에 감탄에 겨웠던 감정에 철퇴를 맞는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토록 훌륭한 칼럼의 밑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들로 떡칠이 되어 있었다. 가만, 이게 광고일까? 만화도 있고, 성인 비디오도 있네?  


나도 역시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한 마리 참새. 클릭, 클릭, 클릭, 엥? 그런데 이게 뭐야. 속았다. 전부 다 비뇨기과 광고 사이트다. 첨단 음경확대술 국제학회, 발기강화술·음경확대 세계…, 신개념 성기능 강화술, 말 못할 고민 한꺼번에… 등등.

좋은 기사 읽고 깨달음까지 얻었던 나는, 다음 순간 쾌락의 나락 속을 질주할 기쁨에 들떴다가, 졸지에 비뇨기과만 실컷 구경하고 말았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다. 첨단 음경확대술에 신개념 성기능 강화술 같은 발달된 현대의학이 있었구나. 꼭 득도한 스님이 길을 잘못 들어 사창가에 접어든 기분이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끝이 비록 창대하진 못했으나 시작은 너무 훌륭하지 않았는가. 오늘 이토록 훌륭한 개그맨들의 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특히 남희석이 그렇게 좋은 글을 많이 썼다니. 그런데 그럼에도 마지막을 이렇게 쓰는 내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질척거리는 유혹에 빠졌던 몸에 아직 열이 덜 내렸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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