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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탁구, 구마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마준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

구마준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군요. 구마준이야말로 소위 '겁대가리 없는' 녀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구마준에게도 무서운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구일중. 세상 누구보다도 가깝고 자상한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보다 아빠를 무서워합니다. 


엄마는 늘 잔소리도 많이 하고 귀찮게 하는 존재지만 무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데가 있습니다. 별로 잔소리도 하지 않고 용돈도 척척 잘 주는데도,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처럼 자상한데도 왠지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그렇게 관대하기만 해서 어쩔 것이냐고 타박하는 엄마의 등살에 못 이겨서, 또는 진짜로 화가 난 아버지가 버럭 소리라도 지르게 되면 아이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것입니다. 그제야 엄마도 느끼는 것입니다. 역시 우리 남편 힘이 나보다 세군, 하고 말입니다. 
  

▲ 2년 동안이나 탁구의 존재를 숨긴 데 대해 열심히 변명하는 구마준. 표정이 실로 절절하다. 그러나 구마준이 숨기고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의 죽음에 대해서도... 좀 과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이들은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듯. 결국 홍여사의 죽음은 구마준(이란 존재) 때문이니까.


구마준이 구일중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버지의 위엄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위에 든 아버지의 무서움이란 그저 여름 한낮에 잠깐 스쳐가는 벼락이며 소나기 같은 것입니다. 소나기가 멎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들은 아버지의 어깨며 등짝을 괴롭힐 것입니다. 구마준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 아버지가 아닙니다. 


구마준이 두려워하는 구일중은 아버지로서의 구일중이 아니라 거성식품 회장으로서의 구일중인 듯합니다. 아마도 구마준은 어쩌면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떨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탁구를 이겨 보이겠다는 결심을 말하지만, 실은 탁구에게 자기 것을 빼앗길까 두렵습니다. 

처음에는 구마준의 막나가는 행동들이 김탁구에 대한 질투나 열등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꼭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마준은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는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하게 될까봐 무척 초조하고 불안한 것입니다.  

그것은 구마준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갖게 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승재와 서인숙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밀,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폭풍이 몰아치던 날 밤의 비밀을 마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마준은 신경질적이고 거만하며 이기적이긴 했어도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는 두려울 것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제 아버지가 구일중이 아니라 한승재 비서실장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구마준은 두려움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오래된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다이들의 스승 요다가 말했었지요.

분노와 파괴의 원천, 두려움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파괴를 낳고 결국 자신을 파멸시킨다!" 

▲ 회사까지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구마준, 이 모습이야말로 확실히 두려움의 포로란 증명 아닐까?


실로 구마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닙니까? 구마준의 두려움은 지금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그러다가 급속하게 주변을 온통 파괴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것이 바로 두려움의 실체인 것입니다.

그럼 두려움이란 왜 생기는가? 욕망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망. 구마준으로 말하자면 거만하고 신경질적이며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살아도 되는) 토대가 되는 부와 권세. 바로 그것 때문에 욕망은 생기는 것이고, 그 욕망을 잃을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준은 구일중이 그토록 두려운 것입니다.

"너를 어찌 용서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구나!"

구일중의 이 한마디는 마준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습니다. 마준이 구일중에게 "경합에서 그 녀석을 보기 좋게 이기고 나면 모든 것을 다 아버지에게 말할 참이었어요" 하고 변명한 것은 거짓말이었을 겁니다. 나중에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제 아내인 서인숙과 오랜 친구요 비서실장 한승재까지 김탁구가 팔봉빵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속였다는 사실을 구일중이 알게 된다면….

아무튼 마준은 구일중 앞에 달려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절규하면서 무릎을 꿇는 그의 모습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잃어버릴지도 모를 욕망 앞에 매달리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아마 구마준은 지금 갖고 있는 부와 권세를 잃어버린다면 세상에서 영영 살아갈 힘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 무릎을 꿇고 있는 마준과 법적 아버지 구일중 그리고 생물학적 아버지 한승재의 묘한 교차가 섬뜩하다.


마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그리하여 구마준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구일중이 아닙니다. 구마준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가진 것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던 것입니다. (좀 더 천박하게, 적나라하게 까발긴다면 구마준이 가장 무서운 것은 실은 <돈>입니다. <쩐>이라고 불리는 도깨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만 달겠습니다. 구마준과 구일중은 동상이몽 같은 걸 꾸고 있습니다. 구일중은 마준에게 탁구를 왜 형이라 부르지 않느냐고 나무랍니다. 그런데 마준은 탁구가 자기 형이 아니란 사실, 아니 비밀을 알고 있는데, 구일중은 아직 그런 기막힌 비밀이 있다는 사실조차 꿈에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비밀 때문에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그러니 구일중으로서는 구마준이 탁구에 대해 가지는 감정,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는 무례함이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일중이 모든 비밀을 알고 나면 구마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차가운 그의 성정으로 봐서 이해불능일 수도), 그것은 실로 비극이지요. 

이미 서인숙과 한승재는 '용서받지 못할 자'입니다. 구마준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는 모양이지만(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도 역시 '용서받지 못할 자'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이미 14년 전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손에도 폭우 속에 저승길을 떠난 홍여사의 한이 묻어있습니다. 

벌겋게…!!     

ps; 아침에 여러분의 블로그 의견들을 보니 대체로 구일중이 나쁜 사람 아니냐, 서인숙이야 남아선호 사상의 피해자 정도 아니냐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 개인 의견을 조금 보태면 이렇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중대 범죄자다. 비록 소외감, 사랑의 결핍 때문이었다고 변호하더라도 벌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흉기로 직접 찌르지 않았더라도 홍여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중대 책임이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있습니다. 부모를 방치한 죄, 죽을 줄 알고 폭우 속에 홍여사를 방치했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도 성립 가능한 거 아닐까요? 당시 공소시효가 15년이니까 1년 남았네요.
구일중도 별로 잘한 게 없는 건 확실하지만, 특히 혼외정사… 그런데 얼핏 홍여사가 죽기 전에 한 말이 기억나는군요. "미순아 미안하다. 원래 일중이와 네가 결혼했어야 하는 건데. 다 내 욕심 탓이다. 용서해다오." 그래서 구일중이 김미순에게 다가갔을 때 그리 쉽게 넘어간 것이 아닐까 하네요. 저도 첨엔 뭐 저래 했지만, 알고 보니 다 사연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다 밝혀지겠죠. 서인숙과 구일중의 정략결혼 과정까지 해서 말이죠. 또 한승재와 서인숙의 결혼전 관계에 대해서도요. 구일중이 좀 차갑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도 피해자인 거 같아요. 그래서 서인숙에게 그토록 사무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구일중이 진구를 시켜 김미순을 탁구로부터 멀리 떼놓으려고 했던 건 왜 그랬을까요? 
그것도 나중에 밝혀지겠군요. 그러고 보니 김탁구, 밝힐 비밀이 참 많아요 많아, 하하. 이상 주저리주저리…
아 글고요. "왜 마준에게만 그렇게 냉정하냐? 탁구에겐 잘 해주면서"에 대해서. 
거기에 대해선 구일중이 해명한 거 같은데요. "구마준, 너는 26년 동안 내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았지 않느냐. 탁구는 내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게 눈물 나지 않니. 그리고 그녀석이 뭐냐. 형이라고 불러라." 
제 생각엔 구일중의 말이 맞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구마준, 그러면 안 되죠.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가 알아야지. 가증스럽다는 생각까지. 서인숙도 마찬가지고요. 아, 이거 완전 도둑이 주인한테 내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분위기. 
이상 진짜로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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