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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탁구,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못 믿는 서인숙

의문의 편지로 깨지기 시작하는 불안한 동맹

 

결국 서인숙은 한승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드라마 속 한승재조차도 서인숙의 마음이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륜과 야심으로 맺어진, 그러나 허술한 동맹

그러다 서인숙의 구일중에 대한 마음을 보게 되면 질투심에 온몸이 타들어갑니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질투심입니다. 그러나 그는 절대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몸을 낮추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는 서인숙을 절대 배신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진짜로 서인숙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 들어간 서인숙, 우연히 결재서류 속에서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이 두 사람의 불안한 동맹이 시작된 것은 순전히 서인숙의 야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반드시 아들을 낳아 거성가 안주인의 자리를 지키고야 말겠다는(당시는 1960년대란 사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야심에 한승재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동맹한 결과로 구일중의 법률적 아들이요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될 구마준이 태어났습니다.  

구마준은 이 두 사람의 흔들릴 수 없는 동맹을 확인시켜주는 존재입니다. 구마준으로 인해 서인숙과 한승재는 진짜 부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만이 있을 때, 실제로 그들은 정말 부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럴 때면 오히려 구일중이야말로 이들의 틈에 끼어있는 불편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절대 깨질 수 없는, 깨져서도 안 되는 동맹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인숙이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서 자기에게 배달 됐던 의문의 편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재서류들 틈에 숨어있던 편지에는 똑같은 필체로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습니다.

▲ 이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편지에 앞서 배달 됐던 편지에는 <살인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살인자>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두개의 문장을 놓고 서인숙은 시어머니 홍여사의 죽음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필체의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 위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공범이며 동맹자인
한승재를 의심하는 서인숙


당장 서인숙은 한승재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한승재와 자기가 14년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해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 나 두 사람밖에 없소. 그러니 아무 일 없을 거요.”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에 놓여있습니다.

사실 서인숙이 무턱대고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편지를 보낸 자가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를 공범인 한승재에게도 보낸 것이라고. 그러나 왜 서인숙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것은 한승재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마음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쉽사리 사람을 의심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설령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믿어보려는 마음이 앞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인숙에겐 그런 마음이 단 1초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서인숙의 심경을 한승재는 이미 꿰고 있는 듯합니다. 그는 서인숙의 이런 태도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굴립니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는 자신과 서인숙의 관계가 불안한 동맹 위에 지어진 모래성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김미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사모님’이란 호칭을 알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성가의 가정부와 김미순, 그리고 한승재 말고는 없습니다. 아마도 <살인자>란 문구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란 문장은 탁구와 자기를 해치려 한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일 수 있습니다. 

▲ 한승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서인숙. 이토록 허술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가 실은 오른쪽처럼...


아무도 못 믿는 불행한 사람

김미순은 탁구 할머니가 죽는 장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거성가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허술한 곳이 아닙니다. 탁구와 마준이 열두 살 때 몰래 집을 빠져 나올 때도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나올 정도였습니다. 가정부가 보았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홍여사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서인숙의 한승재에 대한 의심으로 두 사람의 동맹전선에는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승재가 아무리 봉합하려고 노력하더라도 한번 금이 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서인숙의 동맹자에 대한 의심은 어쩌면 자승자박의 길로 자신을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입니다. 서인숙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남편 구일중도 믿을 수 없고, 남편보다 가까운 정부요 동맹자인 한승재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가정부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매일 밤마다 나타나는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죄를 실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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