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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동이, 착한 콩쥐 인현왕후가 배후조종세력?

정숙하고 인자한 인현왕후 속에 든 이중성 















<동이>의 주인공은 동이와 장희빈입니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이 드라마의 본령이지요. 이 두 사람의 싸움의 중심에는 인현왕후가 있습니다. 인현왕후의 폐비와 복권, 그리고 다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장희빈의 음모와 동이와 인현왕후의 투쟁, 이것이 드라마 <동이>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동이와 장옥정 대결의 원인 제공자 인현왕후

인현왕후는 원인만 제공할 뿐 싸움의 중심에선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그녀의 얼굴을 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다 가끔 등장하는 그녀를 보면서 "아, 인현왕후가 아직 건강하게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죠. 

그녀는 하얀 소복을 입고 단정한 자세로 폐서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글쎄 그런 것을 본분이라고 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매우 조신하게 벌(?)을 받고 있습니다. 수발을 드는 상궁과 나인들이 맛난 음식을 해서 주어도 그녀는 "어찌 폐비의 신분으로 그런 걸 먹겠느냐" 하면서 내치고 맙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말이나 행동거지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실로 현모양처의 표상이요, 국모의 모범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늘 상궁과 나인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서인의 소장파 지도자이며 나중에 영수가 될 정인국도 수시로 드나들면서 정국의 향방에 대한 보고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그가 혹시 외척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현왕후의 아버지는 여양부원군 민유중이며 어머니는 은성부부인 송씨라고 합니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영락없는 폐비복위 모의다.


심지어는 나인 시절의 동이와 정상궁도 가끔 들러 폐비의 처지를 위로하거나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의논을 하곤 했습니다. 말하자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자연스럽게 폐비 민씨의 사가가 몰락한 서인세력의 아지트가 되었던 셈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현왕후는 이런 현상을 전혀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중적인 인현왕후는 배후조종 세력?

오히려 정인국을 비롯한 측근들에게 은근히 자신의 뜻을 전하며 이를 관철시키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현왕후는 서인세력의 추천으로 왕후가 된 인물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중전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남인들이 집권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대비 시해음모에 연루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권력게임의 희생양이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다시 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환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왕후가 된 초기부터 숙종이 궁인 출신 장씨(장희빈)의 미색에 마음을 빼앗기자 서인 당파의 거두 김수항의 증손녀를 후궁(영빈 김씨)으로 추천해 입궐시키기도 했다고 하니 그녀도 보통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김수항은 기사환국 때 위리안치되었다가 사사되었고, 인현왕후는 폐서인이 됐습니다. 청음 김상헌의 현손으로 명문세가의 여식이었던 영빈 김씨는 입궁하자 소의에 진봉됐다가 곧 귀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현왕후가 폐비가 될 때 함께 궁궐에서 쫓겨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그러다 인현왕후가 복귀할 때 함께 복귀했다가 인현왕후가 죽은 1년 후(1702년)에 영빈에 봉해졌습니다. 인현왕후가 다 쓰러져가는(?) 사가에서 얼마나 이를 갈았을지는 보지 않아도 훤합니다. '와신상담'이란 바로 인현왕후의 심정을 위해 만들어진 말일지도 모릅니다.

정인국은 후일 서인의 영수가 되고 동이의 뒷배 노릇도 할 듯


마침내 인현왕후는 기사환국으로 폐서인이 된지 6년 만에 다시 갑술환국으로 왕후의 자리로 복귀합니다. 자신을 찾아온 동이에게 인현왕후는 넌지시 임금의 총애를 마다하지 말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야아, 인현왕후는 참 마음씨도 착해!"

현숙하고 자비로운 인현왕후와 정치적이고 영악한 인현왕후 

그러나 그것이 꼭 인현왕후가 마음씨가 착해서 그러기만 한 것이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동이 이전에도 장옥정을 견제하기 위해 영빈 김씨를 만든 전적이 있습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으며,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장희빈에 대한 미움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으십니까?

저는 오죽했으면 죽자마자 바로 장희빈을 저승으로 데리고 갔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억측입니다. 역사는 장희빈이 궐내에서 인현왕후를 저주하기를 자주 하였고, 왕후가 죽자 숙종이 이에 분개해 장희빈에게 스스로 죽을 것을 명령했다고 전합니다.  

아무튼 인현왕후가 극중에서는 매우 예의바르고 정숙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조용조용 자기를 찾아와 일일이 보고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듯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역시 그녀도 매우 정치적이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할을 맡은 박하선의 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와 아주 닮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란 현숙하고 인자한, 매우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그런 인물입니다. 실제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에 대한 정보가 일치할 것인지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드라마 제작진이 만든 인현왕후도 그래서 넌지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듯이 보이는 폐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근신하며 자숙해야 할 폐비의 사가에 서인의 지도자 정인국이 무시로 드나든다든지, 감찰부 정상궁을 비롯한 상궁, 나인들이 수시로 궐내 사정을 보고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중적인 인현왕후 역할, 박하선이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어쨌거나 영빈 김씨나 동이도 결국 인현왕후의 입김 아래 존재했던 것입니다. 명문 양반가의 자손으로 후궁이 된 영빈 김씨보다 동이가 훨씬 먼저 빈의 자리에 올랐으니 동이의 실력(?)이 매우 출중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빈 김씨는 왕자 시절의 영조를 매우 총애했고, 영조는 임금이 되어서도 "어머니, 어머니" 하며 따랐다고 합니다. 아무튼, 동이와 영빈 김씨는 모두 인현왕후와 한 편이었습니다. 

후일 영조가 무수리의 아들이란 이유로 중신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보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서인 세력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 생각엔 실제 매우 정치적이었을 인현왕후와 정숙하고 예의바르며 인자한 인현왕후를 동시에 소화해내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박하선의 연기가 아주 훌륭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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