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동이, 장희빈의 중전 책봉은 숙종의 함정수사?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은 처음부터 한패였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만 보면 동이와 숙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편입니다. 종사관 서용기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서 종사관은 본래 남인이지만, 같은 남인인 좌의정 오태석, 오윤과 대결하는 아이러니한 관계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거기에다 심운택까지 가세했습니다.

심운택은 참으로 오묘한 인물입니다. 양반이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인물입니다. "필요할 때는 여자의 도움도 받는다!" 는게 그의 소신입니다. 심운택이 역사 속의 김춘택이라는 의견들도 많이 보입니다. 김춘택은 당대에 매우 뛰어난 용모와 재주를 겸비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장희재에게 잡힌 동이와 심운택, 죽기 일보직전이다.


심운택, 동이의 최대 후견인이 될 인물?

김춘택으로 말하자면,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증손자요, 할아버지 만기는 숙종의 장인이니 권문세족의 자손입니다. 그는 후일 노론의 영수가 됐습니다. 그는 말년에 장희빈의 아들(세자, 후일 경종)을 모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제주도에 위리안치 되었는데. 이런 정황을 빌미로 최숙빈(동이)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신라나 고려시대라면 몰라도 유교적 전통이 뿌리내린 조선에서 왕의 출생의 비밀을 논하는 것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18세기에 이런 소문이 저자에 돌았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노론에게 정치적으로 밀린 소론과 남인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사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장희빈을 악녀로 만든 사씨남정기도 마찬가집니다. 정적을 무너뜨릴 목적의식을 가지고 저술된 이 책의 내용이야말로 확실한 유언비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내용들은 거의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현왕후의 총애를 받는?) 최숙빈이 후일 왕이 될 아들을 낳는 것까지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이 어째서 처음부터 한패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 답은 뻔합니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은 정의의 편이며, 장희빈과 장희재는 악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서용기를 파직하고 밀명을 내린 이유는?

그러나 내가 제기하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숙종이 서 종사관을 파직할 때, 그는 사실상 장희빈의 음모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직 당한 서용기에게는 발병부가 주어졌습니다. 그 발병부를 주면서 숙종이 내린 임무는 온 나라를 뒤져서라도 동이를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드라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감상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이를 너무 사랑해서 애타게 그리운 마음! 그러나 숙종은 왕입니다. 왕이 사사롭게 개인적 감정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조선시대의 왕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사극을 많이 보아온 독자들이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숙종도 마찬가집니다.

청나라 관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겨주는 장희재, 그러나 그건 가짜. 진짜는 심운택이 동이에게 주고 있다.


장희재는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폐비 윤씨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려는 의도로 파악합니다. 아마도 이게 숙종의 마음속을 올바로 읽어낸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숙종은 이미 폐비사건이 일어날 때부터 무언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인현왕후는 그 음모의 희생자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은 것처럼,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조선시대의 왕은 평소에는 절대 권위를 가지지만, 중요한 의결을 할 때에는 중신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태어날) 영조는 자기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비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조선시대의 왕들은 김정일보다도 더 힘이 없었습니다.)

장희빈의 걱정은? 폐비보다 동이에 대한 숙종의 연애감정

동이를 찾는 숙종의 속마음에 대해 장희빈은 장희재가 염려하는 이상으로 걱정합니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속에 든 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이에 대한 연애감정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녀는 여자의 본능으로 숙종이 동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음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백합니다. "전하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도 실은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아무리 왕후라고 하나 만인지상 임금에게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됩니다. 이는 아마도 이후 장희빈이 보여줄 패덕에 대한 암시일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장희빈은 임금과 국사를 논할 정도로 영민한 인물이었다고 하지요. 그런 그녀가 무모하게 대비와 왕후의 독살음모를 꾸몄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어떻든,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공식적으로(감상적인 사연은 빼고) 따지자면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서 종사관이 임금의 명을 받아 동이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집니다. 한 나라의 종사관이 겨우 임금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토록 동분서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차천수가 그토록 동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오로지 의리 때문이겠지만,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에겐 인현왕후 폐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소명의식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종의 의도는, 함정수사?

게다가 숙종은 속마음을 감추고 장희빈을 중전에 앉히고 그녀를 둘러싼 남인들에게 권력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서 종사관을 시켜 은밀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요즘 식으로 말해 함정수사가 아닐는지요? 용의자(장희빈 일파)를 안심시키고 뒤를 캐는 그런 거 말입니다.

장희재와 동이의 행적에 대해 숙종에게 낱낱이 보고하는 서용기. 앞으로 장희재의 운명은?


한 나라의 왕이 왕후와 집권당을 선택하는 문제를 함정수사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좀 깨름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함정수사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아, 이미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군요. 서 종사관으로부터 장희재가 동이를 잡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고, 곧 동이는 결정적 증거물을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장희빈 일파가 대비(숙종의 어머니)를 독살하려고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한 내역이 적힌 내수사(내시부 재정관장부서) 장부를 동이는 갖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동이지만, 잘 보관하고 있겠지요. 동이는 여기에다 장희빈을 몰락시킬 결정적 증거를 하나 더 확보했습니다. 바로 등록유초(국경수비대 편성표)입니다.

심운택이 장희재가 청나라에 넘기려던 것을 빼돌려 동이에게 주었습니다. 장희빈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군사기밀까지 넘기려고 했다니…, 이 정도 혐의라면 역적 중에 역적으로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일입니다. 범행 당사자인 장희재는 물론이고, 장희빈과 세자까지 처벌을 모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범행의 원인이 장희빈과 세자에게 있으니까요.

숙종의 함정수사(?)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희빈과 장희재는 또 어떤 수를 써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피해갈 것인가?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