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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목소리

(이 글은 본래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더불사> 소식지 기사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웃긴다고 편집회의에서 짤려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제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그냥 재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내용에 등장하는 현장은 창원(마산) 삼진마을입니다.)  

여기는 더불사 편집장입니다. 본부 나와주세요. 뚜뚜두두~(신호 가는 소리)
아, 연결이 잘 안되는군요.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여기는 편집장, 본부 나와라 오바~

진북면 지산마을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 현역 의원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단다. 공무원들은 법에 하자가 없다며 주민들의 불편은 안중에 없다. 이래서 완장 차면 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여기는 본부, 잘 들린다 오바~)

하하, 이렇게 정석으로 해야 되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현장에서 전하는 6․2 지방선거 소식 생중계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진전면 어딘지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들에서 일하는 농부 한 분과 대화를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잠깐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인터뷰 좀 해주시지요.”
“아, 시끄러~ 바뻐 죽겠는디, 인따부는 무신 인따부고.”
“인따부가 아니고 인터븁니다. 그래도 잠깐만 시간 내주시죠. 네, 6월 2일에 선거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아, 알긴 뭘 알어, 나 그런 거 몰라.”

“아, 네, 그래도 텔레비전으로 소식은 들으셨을 텐데요.”
“우리 집 떼레비 고장 났어. 그래도 시청료는 꼬박꼬박 받아 가두만. 선거? 그기 뭐하는 기고?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아인가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 그런 것도 모르믄서 기자질 한다 말이가? 와, 그런 거 있잖어, 돈 놓고 돈 먹기.”
“네?”
“아, 공천 받을라고 돈 갖다 바치고 그 돈 메꿀라고 또 해 처먹고 그게 선거 아이가. 기자가 그런 것도 모리나.”

“요즘은 그래도 많이 깨끗해진 걸로 아는데요.”
“허허, 이 기자양반, 대개 순진한 척 하는구마. 공천이 사천이란 말도 모리나? 다 늙어 논이나 메는 나도 아는 걸 우찌 똑똑한 그대가 모린단 말고. 그라고 선거해서 의원인지 병원인지 그거 뽑아놔 봐야 말짱 우리하곤 관계없는 기라. 봐라, 지방자친지 천진지 해갖고 좋아진 기 뭐 있노. 만날 우리 농촌이나 파디비고, 이기 사람사는 짓가. 기자양반은 우찌 생각하노?”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선 주민들이 직접 뽑은 참신한 후보도 있다고 그러던데요.”
“그런 기 있었나? 그래도 말짱 꽝인기라. 그래봤자 완장 차면 다 개폼 잡게 돼 있는 기라.”
“그래도 희망을 버려셔야 되겠습니까? 그럴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투표를 하셔야 안 되겠습니까?” “허허, 투표해갖고 그거 하루 일당이라도 나오긋나? 괜히 아까운 시간만 베리는 거 아이가?”
“이번엔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소문이 많던데요.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하는 분들도 많다고 그러고요.”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뭔가 바꿔보자는 열기가 대단하다고들 하던데요.”
“하, 그래? 그래, 이번엔 뭔가 바뀔 거 같드나?”
“어르신 같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야 세상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손자들에게 좋은 고향도 물려주시지요.”
“하긴 것도 그렇다. 그란데 진짜로 뭔가 바뀌긴 바끼긋나? 그람 내도 한 표 행사해야지.”

“네, 어르신, 아무튼 누구를 찍든 투표는 꼭 하셔야지요. 신성한 권리 아닙니까?”
“맞긴 맞는 말이다. 안 그래도 내도 다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우리 집 떼레비가 고장 났어도, 내도 알 건 다 안다.”
“하하, 아깐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시더니 이젠 다 알고 있다고 하시는군요.”
“말이 그렇다는 기지 뜻이 그렇나. 알았다, 내 투표는 꼭 하끄마. 그란데 내 하나 물어보자. 기자양반 보기엔 내가 누구 찍었으모 좋겄노?”

“아이고 어르신, 그런 거 제게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어르신 생각하시기에 참으로 주민들의 편에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찍으십시오. 당이니 연고니 그런 거 보지 마시고 사람을 보고 찍으시면 됩니다. 인따부 감사합니다.”
“어이 이 양반아, 인따부가 아니고 인터뷰람서, 지금 늙은이라고 놀리나?”

“아, 죄송합니다. 하하, 아아, 본부 나와라 오바~”

(여기는 본부, 여기는 본부, 어서 말하라.)

“보다시피 이곳은 선거열기보다는 냉해와 쌀값 폭락에 멍든 농심으로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러나 은근히 시골 민심들은 속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마도 이번 선거는 매우 뜨거운 한판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아주 재미있을 거 같다. 떠들었더니 목이 마르다. 막걸리나 한 사발 마시러 가야겠다. 그쪽은 알아서 하도록 하라. 이상 편집장으로부터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목소리였다. 잘 가라, 오바~ 뚜뚜두두~(연결 끊어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