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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파워블로거들이 남쪽 여수로 간 까닭은?

파워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

글쎄요. 어떤 게 파워블로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들 그렇게 부르니 저도 그렇게 부르기로 하지요. 아마도 인기블로거, 이렇게 생각하면 별로 틀리지는 않을 거 같네요. 저도 거기에 끼였으니 나름 인기블로거일까요? 역시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겸양을 떠는 게 아니라 저는 아직 아닌 거 같아요.
 

여수엑스포 공사 현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여수시청 관계자들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어언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고, 방문객도 250만을 헤아리고 있으니 초보블로거라고 하긴 뭣하지만 아직 파워 혹은 인기를 머리에 달 만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에 파워블로거라고 불려도 하나 손색없는 분들을 몇 분 알고는 있지요.

그래서 파워블로거들과 친한 블로거, 이렇게 불린다면 뭐 그렇게 틀린 표현도 아니고 썩 유쾌하지 않은 표현도 아니지요. 그리고 실은 그 덕분에 여수에도 가보게 되었던 것이고요. 팸투어, 말로만 들었지만 제가 팸투어를 가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었지요. 사실은 팸투어가 무슨 뜻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답니다. 

아, 제목이 왜 "파워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이냐구요? 음, 사실은 제 기준으로 보자면 남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갔다고 해야 맞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서울에서 오셨으니 "파워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하고 제목을 단 것이지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힌트를 딴 거예요.  

오동도에서 블로거 거다란(커서). 붉게 빛나는 것은 동백꽃잎. 이 잎으로 동백차를 만드는데 다음에 소개.


잘은 몰라도 달마가 동쪽으로 간 데에는 대단히 심오한 뜻이 있었다고 하지요. 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데에도 나름 심오한 뜻이 있었던 것이에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관광이나 하러 갔던 것은 아니고요. 세계박람회가 2012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데요. 바로 여수에서 열린다고 하더군요. 

여수, 남쪽 끝이지요. 우리나라 도시의 이름 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이름이 있을까요? 여수, 정말 아름답지요? 이름만 들어도 뭔가 낭만적인 사연이 생길 것 같은 그런 이름이지요. 그런데 여수란 이름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팸투어 첫날 여수 엑스포 홍보관에서 교육을 받기는 받았는데…, 헐~, 암튼.  

요즘 잘나가는 신진파워블로거 커피믹스를 환영하는 오현섭 여수시장. 20년 가까이 젊은 나보다 젊어보였다.


여수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래서 여수겠지요. '한려수도'에도 여수가 가운데 떡하니 지키고 있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겠어요. 제가 여수를 가보기로는 이번이 딱 두 번째인데요. 2004년 여름, 향일암에 갔던 것이 첫 번째였어요. 정말 멋있었지요. 아마 바다를 바라보는 암자로 그렇게 멋진 곳은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팸투어 길에도 큰 기대를 갖고 참여했답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남도에 대한 아련한 추억 같은 걸 갖고 있지요. 흔히들 남도라고 하면 호남, 그 중에서도 전남 지방을 말하잖아요? 야트막한 산등성과 넓게 펼쳐진 들판, 거기에 봄이라면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신기루처럼 피어오르겠지요. 정말 정겨운 곳이죠.

한 번도 가보지 않았어도 늘 그리운 고향 같은 곳이 바로 남도지요. 같은 남해안에 있으면서도 왜 경상도는 남도라고 부르지 않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남도의 산천은 실로 유흥준의 말처럼 "꿈결 속에 다녀온 미지의 고향 같다"는 말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어요.

오동도등대에서 바라본 바다. 왼쪽은 남해섬, 오른쪽은 돌산도가 지키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으로 치장한 오동도. 이 오동도를 두고 함께 간 김주완 기자가 말했어요. "왜 오동도가 여수에서 제일 유명한 섬일까요?" 물론 여수에 오동도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훨씬 아름다운 섬들이 즐비한 곳이 여수지요. 거문도, 백도, 이런 섬들의 이름만 들어도 벌써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오동도요? 그야 뭐 시내에서 제일 가까운데 있으니까 제일 유명하겠죠. 가까우니까 가기도 쉽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아니었어요. 처음 발을 들여놓은 오동도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요. 무릉도원도 이런 곳이 있을까? 게다가 마침 빠알갛게 타들어가는 동백꽃들의 천지, 시누대의 터널, 그 너머에 창창한 푸른 바다와 건너다보이는 섬 남해.

오동도 시누대 터널.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경남 남해가 바로 코앞에 길게 누워 있더군요. 남해는 정말 큰 섬이었어요. 여수와 남해를 잇는 한려대교가 가설된다면 여수 엑스포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고, 장래 이곳 경제를 이끌어갈 관광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현 정부는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에요. 캔슬 시켰다고 하더군요.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는데, 누구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어요. 남해 출신인 김주완 기자의 설명에 의하면 자기가 어릴 때는 큰 장을 보려면 배를 타고 여수에 왔었다고 하더군요. 남해는 여수가 생활권이었던 거지요. 지금도 다리만 놓는다면 여수와 남해는 하나의 생활권이 될 것 같아요. 

자, 말이 길어지고 있으니까 답을 드려야겠군요. 파워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여수 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해서랍니다. 첫날 도착한 우리는 제일 먼저 여수 엑스포 현장부터 갔어요. 그곳에서 미리 나온 여수시 공무원들로부터 일단 브리핑 형식의 교육을 받았지요. 

찍을 때마다 색깔이 달라 카메라가 고장 났나 하고 봤더니 수시로 색깔이 바뀌는 돌산대교였다.


다음 엑스포 홍보관 강당에서 슬라이드로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 공부는 힘들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학생 신분이 되면 누구나 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인 모양이에요. 그리고 이어 오동도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돌산대교와 여수시 야경을 구경했는데요. 완전히 환상적이었죠.

2박 3일 일정으로 우리가 돌아본 곳은 주로 여수 엑스포의 주제인 이순신 장군 유적지였는데요. 여수시의 중심에 이순신광장도 만들었더군요. 여수시민들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했어요.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로 부임해서 거북선을 만들고 군사를 양성했기에 조선이 살아남았다는 거지요. 

이순신광장에 만들어진 낙서판(희망다짐글)에는 여수시민들이 줄지어 자기 희망들을 적어 넣고 있었는데요. 그들에겐 한결 같은 것이 있었어요. 여수 엑스포를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 그런 다짐들이었지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에요. 정말 대단했어요. 그분들 인터뷰 비슷하게 한 게 있는데요. 그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요.

이분은 남해에서 시집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경상도에서 태어난 전라도 아줌마다.


아무튼 대단했답니다, 여수시민들. 여수 엑스포가 성공해야 나라도 잘 되고 세계가 산다고 입을 모으는 그들을 보며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야, 여수시가 시민들 확실히 세뇌시켜놨구나." 세뇌란 표현은 아주 안 좋은 거지요. 그러나 이렇게 자발적으로 세뇌당한 여수시민들이야 얼마나 행복할까요?  

한용운 스님도 그러셨잖아요.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그러나 한용운 스님보다 여수시민들이 훨씬 행복한 거 같아요. 여수 엑스포는 스님의 님처럼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만 남긴 채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에 날아가'진 않을 테니까요. 엑스포는 해양도시 여수의 미래지요.

여수 엑스포, 파이팅!!! 블로거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에 대해선 대충 이 정도로 말씀드렸으니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왔는지 포스팅을 통해 말씀드릴게요. 다시 한 번 여수 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아, 그리고 여수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은 고장이었어요. 지금도 입맛이 쩝쩝 다셔지는군요. 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