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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삼성컴퓨터 고치러 갔다가 속좁아진 사연

삼성컴 황당한 고객만족조사, "북한공산당 투표하냐?"
수리비 5만2천 원에 속좁아진 이야기, "에잇 이놈의 삼성컴퓨터 다시는 사나 봐라!"


지난주 금요일 밤에 마이 컴퓨터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불이 안 들어오는 겁니다.
그러니 불만 들어오게 하면 다시 살아나실지도 모른다 이런 말이죠.
그러므로 "아주 돌아가신 것은 아니고, 어쩌면 다시 살아나실지도 모른다" 이리 말해야 옳겠습니다. 

컴퓨터 없는 주말을 어찌 보낼까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없으니 없는 대로 살겠더군요. 
가능하면 매일 한 개씩, 최소한 이틀에 한 개씩은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 안심이 되지만, 
컴퓨터께서 돌아가시고 보니(곧 다시 살아나시겠지만),
포기하는 마음이 되어 오히려 편안하더군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읽어보고, 
테레비도 보고, 
뒷산에도 올라갔다가, 
그렇게 편안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토요일에는 마산 진전면에서 열린 '더불어살기운동본부(더불사)' 총회장에 다녀왔는데, 
혹시나 싶어 얼른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살피니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더군요. 
사실은 수요일에 1차로 돌아가셨었는데 외출했다 돌아오니, 
어쩐 일인지 혼자서 다시 살아나 모니터에다 장복산 일몰장면을 비추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이날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봤지만, 컴퓨터님은 영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마침 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병원으로, 성당으로 각기 떠나고 아무도 없어 더욱 썰렁했습니다.
그래, 컴컴한 집에서 벌렁 드러누워 잠이나 잘까 하다가,
에이 그래도 생산적인 일을 하자 싶어 책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어느듯 컴퓨터 생각은 까맣게 잊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컴퓨터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이렇게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컴퓨터님을 계속 어둠 속에 버려둔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 컴퓨터님으로 말하자면 저와 함께 죽음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살아남은, 
말하자면 생사의 갈림길을 함께 헤쳐온 동지거든요. 

그래서 지금 마산역앞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있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컴퓨터를 여러 대 설치해놓고 저 같은 사람이 블로그를 할 수 있도록 배려 해놓았군요. 
하긴 요즘은 어디든 고객용 컴퓨터 몇 대 설치 안 된 곳은 별로 없죠. 
아, 방금 수리기사님이 오셔서 그러시는데요.
모터가 나갔다는군요. 
본체에 전원 콘센트를 연결하는 부위에 보면 컴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기 모터가 있거든요. 

"이거 갈려면 한 5만2천 원 정도 듭니다." 에이그머니나, 그래서 제가 물었죠.
"이거 소모품인가요?"
"그건 아닌데요." 
"이거 간지가 얼마 안 됐는데요. 여기서 갈았고요. 아, 선생님이 갈아주셨잖아요."
다시 무언가를(고객 명부겠지요?) 살펴 보시더니
"아 그렇군요. 그럼 보증해드리는 걸로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고 부를 테니 좀 더 기다리시지요." 
"네!" 

5만2천 원? 아, 이거 보증수리가 돼야 할 텐데... 
보증 된다는 말을 들은 거 같기도 하고 못 들은 거 같기도 하고, 
지금 엄청 불안하답니다. 
돈 5만 원에 나약해지는 이 마음을 어찌 하오리까? 

ps; 기사님이 다 고쳤다는군요.
그런데 기사님은 컴퓨터를 건네주시기 전에 고객만족 조사 카드를 먼저 작성하라네요.
친절하게 어디에 이름 쓰고 어디를 체크하고(물론 당연히 최고 만족란이죠),
마지막으로 설문란에 "매우 만족함"이라고 쓰라고 하시네요.
저는 혹시나 이렇게 하면 "보증수리" 해주려나보다 하며 떨리는 손으로 "매우 만족함"이라고 썼답니다.

그런데 기사님이 컴퓨터를 직접 들고 나오시겠다네요.
그러더니 안내데스크에 갖다 놓으시며 "5만2천 원입니다!" 하시는군요.
하늘 무너지는 소리...
"아니 보증기간 아니에요?"
"아, 이거 간지가 1년하고 조금 지났네요. 보증기간은 1년입니다."
이런 젠장, 그럼 왜 나더러 "매우 만족함"이라고 쓰라고 한거야. 지금 나는 하나도 안 만족한데...

아, 오늘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게 엄청 기분이 안 좋습니다.
에잇, 앞으로 삼성컴퓨터 다시는 사나 봐라.
하긴 그런 말 있습니다.
"다시 보자는 놈 하나도 안 무섭다."
그렇지만 저는 다시 보자는 놈이 아니고 다시 안 보자는 놈이니까,
혹시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한 번, 

"에잇 이놈의 삼성컴퓨터 다시는 사나 봐라!"  

하하~ 그러고 나니까 속이 좀 풀리네. 에유, 속 좁은 인간 ^*^              

ps2; 그러고 보니 오래 전부터(거의 1년 전) 컴퓨터가 갑자기 혼자서 윙~ 소리를 내며 꺼지곤 했었거든요. 
그럼 "이거 왜 이러나?" 하면서 다시 켜서 쓰고 했었는데(또는 혼자 다시 켜지기도 하고요),
알고 보니 전원모터에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때 진작 왔어야 하는데... 
에고 다시 속좁아지면서 "아까바라, 피 같은 내 돈 5만 원!" 

아무튼 서비스 "매우 만족합니다"는 취소합니다. 
1년도 못 가는 모터를 갈아주고선 (그때도 5만원 냈거든요) 
자기 눈앞에서 서비스 최곡 만족에다 체크하라고 시키는 건,
이거 어디 북한 공산당 투표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 반칙 아닙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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