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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추노' 이다해 노출, 어이없는 선정성 논란

'추노' 선정성 논란의 이유는 뭘까?  
                  또 선정성의 개념이나 기준은 뭘까? 
 

저는 어제 텔레비전을 단 1분도 보지 못했습니다. 합천 황매산 깊은 골짜기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부 시인 서정홍 선생님의 집에서 함께 간 블로거 두 분과 '살과 뼈가 타는 밤'을 보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텔레비전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살과 뼈가 타는 밤? 말해놓고 보니 이거 너무 야하군요. 그러나 오해는 마십시오.

살과 뼈가 타는 밤? 이런 해학적인 표현도 선정성의 기준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오해 말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더 오해를 하고자 기를 쓰는 게 인지상정,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실상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곳엔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는데 멀리 울산에서 온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서정홍 시인이 보고 싶어 온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우리가 잘 방까지 미리 군불을 때 놓았는데 선생님이 시키는 분량 이상으로 더 많이 장작을 지핀 겁니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는 일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그들에겐 농촌에서의 이 생소한 노동이 즐거운 놀이였을 터입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우리는 '살과 뼈가 타는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거의 새벽 다섯시까지 뜨거운 구들장을 원망하며 뒤척이던 우리가 아침을 맞았을 때, 잘 굽힌 오징어처럼 누렇게 익은 장판에 모두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아이구, 천만 다행일세~. 그래도 '살과 뼈가 타는 밤'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하겠지요.

TV가 없는 산촌에서의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젯밤 보지 못한 <추노> 이야기로 인터넷이 또 다시 뜨겁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예의 선정성 시빕니다. 그러나 이번엔 경우가 다르군요. 제작진이 일부 네티즌과 언론들이 제기한 선정성 논란을 받아들여 미리 제작한 이다해의 노출 장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데 대한 불만들이 대부분입니다.

"선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여 단정한 이 사진만 게시함" 이러면 우습겠죠?


 그런데 저는 이런 논란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선정적이라는 거야?' 선정적인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그 개념부터 헛갈리게 만드는 논란들을 보면서 제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뭐가 선정적이란 거야?' 

가슴이 좀 드러났다고 그걸 선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다해가 상의를 약간 벗었다고? 그래서 젖무덤이 살짝 드러났다고? 그런 정도를 선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아예 거실에서 TV부터 철수시키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 아닐까요? 사실 TV는 이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이나 장면들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기껏 이런 정도를 선정성이란 도마 위에 올려놓을 정도라면 TV 안보는 게 상책입니다. 

선정성에 관해서 말한다면, <수상한 삼형제>에 나오는 주어영이 벌이는 애정행각이 훨씬 선정적이죠. 그런데 그녀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연애에 대한 관념이나 행동에 대해 선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더군요. 뭐 제가 좀 특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상한 삼형제>야말로 불건전한 성 개념을 유포하는 선정적인 드라마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떻든 <추노> 제작진은 선정성 논란에 일단 굴복했다는 듯이 이다해가 옷을 벗은 장면의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옷을 벗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체가 약간 드러난데 불과한 것인데, 어떻든 거기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모자이크 처리된 주요부분은 맨살이 아니라 치마 부위였습니다.

앞뒤 맥락을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장면에서 선정적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일까요? 이건 마치 A라는 사람의 얼굴을 내보내면서 그 옆이나 뒤에 서있는 사람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한 것과 같습니다. 어떤 블로거는 여기에 대해 "이건 제작진의 반항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반항의 대상은 선정성 논란을 제기한 일부 시청자와 언론을 향한 것일 수도 있고, 이에 흔들리는 KBS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이토록 어설픈(?) 모자이크 같지 않은 모자이크가 등장한 것일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더 선정적인 장면처럼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제작진이 교묘한 방법으로 불만을 노출시킨 것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다해의 노출장면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포인트 

왜 보다 확실하게 모자이크를 대지 않고 치마 부위만 모자이크로 살짝 가린 것일까? 맨살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하면 절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면, 송태하가 김혜원의 가슴부위에 남아있는 불로 지진 상처를 발견하고 생각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은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송태하의 이마에도 노비 낙인이 찍혀 있다.

송태하는 훈련원에서 2년 동안이나 관노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노비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노비들에게는 낙인이 찍힌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 그 낙인이 주로 어디에 새겨지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혜원의 낙인 자국을 발견하고 잠깐이나마 흔들리는 송태하의 눈빛을 모두들 보셨을 것입니다.  

이 하나의 노출 장면에는 양반 출신으로 노비로 전락한 송태하와 노비였지만 양반 문서를 사서 신분이 상승한 김혜원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 잘 숨어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혜원의 운명에 대한 암시입니다. 10년을 대길 도령에 대한 애타는 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해온 김혜원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송태하가 비록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기는 해도 그것만으로는 두 사람의 운명을 엮기엔 남녀관계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하나의 노출 장면으로 우리는 두 사람의 운명에 얽힌 하늘의 별처럼 많은 대화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김혜원에겐 이제 송태하가 더 이상 낯선 남자가 아닙니다. 송태하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태하가 발견한 혜원의 노비 시절 낙인의 흔적입니다. 언젠가 송태하는 김혜원이 원래는 노비 언년이였음을 알게 될 겁니다. 낙인의 흔적은 앞으로 겪게 될 송태하의 번민과 고뇌를 미리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장면을 어떻게 김혜원의 상의 하나 벗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감독과 제작진, 비판은 수용하되 원칙은 흔들리지 말기를

ps; 8부에선 다시 모자이크 없는 노출. 가슴에 노비낙인 자국이 선명하다.

어쨌든 일부 블로거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이번 모자이크 파동에는 드라마 제작진이 보내는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보는 것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일부 시청자와 언론을 향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KBS를 향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촉구하는 감독의 성명도 들어있다고 보아집니다.  

이다해의 노출 장면은 드라마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분장과 의상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다 나름대로 이유 있는 주장들입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감독이 이다해의 분장과 의상을 만들거나 옷을 벗기는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겁탈 장면에서의 노출도 마찬가집니다. 

별로 노출이 없는 설정으로 갔다면, 그래서 급박한 겁탈행위가 느껴지지 않는 실랑이 정도의 설정이었다면,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태하를 끼워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보는 이를 황당하게 만드는 일이겠습니까? 중상을 입은 태하가 혜원을 구하는 장면은,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으므로 정의감이 투철한 태하가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거죠.     

드라마는 감독과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이 만듭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터무니없는 설정이나 표현은 과감하게 수용하고 시정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 원칙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드라마를 만드는 총괄책임과 권리는 제작진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곧 <추노> 8부가 시작될 시간입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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