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원래 경남도민일보 팀블로그에 실린 제 글을 다시 옮겨 놓았습니다.  
  글 속의 사건은 국회의원 선거 시기였던 2008. 3. 30일 오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노동을 판다고 정신까지 판 건 아니다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 때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우리 마을의 한 농협 앞에서 어느 당 후보의 유세가 있었습니다. 그 후보는 연설을 통해 이 지역의 유력정당 후보이면서 현역의원인 상대후보가 속한 정당의 의료보험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돈 없는 사람은 이제 병원에도 가지 말라는 것이며, 돈 많은 사람은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의료정책의 핵심 아니냐고 말입니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없는 사람은 공부도 하지 말라는 것이 이 정부의 교육정책의 핵심 아니냐는 것입니다.

여성이면서 장애인이었던 그 후보는 마침 주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의사출신의 상대후보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변에 모여 있던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과 박수를 받으며 농협 안으로 인사를 하기위해 들어갔습니다.

농협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매장 안을 거의 한 바퀴를 다 돌았을 무렵, 현역의원 출신인 예의 그 의사출신 후보도 수행원들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그도 역시 농협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한 표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농협 직원이 악수를 거절한 것입니다. 그는 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악수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바빠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 현역의원인 그 후보의 안면이 보기 심하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 버럭 화를 냈습니다. 2층에서 지배인이 황급히 뛰어내려왔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후보(?)는 지배인을 향해 일갈했습니다.

"도대체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켜놓았기에...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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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마산을 안홍준 의원.

그 현역후보의 입장에선 참 황당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악수를 거절한 농협 직원의 입장에서도 황당했나 봅니다. 그 분의 말씀이 걸작입니다.

"내가 비록 농협에 취직해서 노동을 팔고는 있지만, 정신까지 팔고 들어오진 않았다."

저는 그 농협 여직원이 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이시기에 살아있는 권력이며, 다시 살아남게 될 것이 확실한 현역의원출신 후보 앞에서도 그리 당당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그 현역의원출신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이며, 여성장애인 후보는 진보신당 송정문 후보입니다. 그리고 그 한나라당 후보는 또한 다들 예상하신대로 버젓하게 당선되어 다시 국회로 갔습니다.

/정부권 객원기자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객원기자로 활동중인 정부권 씨의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로 포스팅 했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