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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추노'속 대길어록, 해학과 풍자의 상말 속담들

예사롭지 않은 『추노』의 인기엔 
                껄렁대는 주인공 대길의 상말 속담도 한 몫


『추노』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3회 만에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추노』는 재미있는 드라맙니다. 화려하고 선명한 영상미도 멋진 드라맙니다. 극의 재미와 사람의 눈을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영상에 주조연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도 뛰어난 드라맙니다. 이래저래 시청률이 상승하는 건 당연지삽니다.

그러나 조정이니 정치니 하는 것들 때문에 노비도 생기고 추노꾼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추노』의 인기를 이끄는 이유에는 이것들뿐일까? 『추노』에는 아름다운 영상, 흥미로운 스토리,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더해 재미를 만들어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주연배우 장혁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상말 속담들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대길어록'이라고나 할까요?

가장 먼저 상말 속담을 선보인 이는 사기꾼 원기윤(윤기원)입니다. 도망친 노비들의 등을 쳐 먹고 사는 역시 도망한 노비 원기윤은 1부 첫장면에서 압록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구하는 업복이에게 돈을 더 내놓지 않으면 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이에 죽일 듯이 달려드는 업복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집니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도 못한 법이야."

"살 길이 있는데 죽을 생각부터 하면 쓰나. 흐흐,  헛심 쓰지 말고 어디 지나가는 상단 봇짐이라도 털어봐. (함께 도망 중인 노비 모녀를 쳐다보며) 팔 게 있으면 팔아 넘기고. 으이? 흐흐흐흐~" 그러나 이후부터 이런 해학적인 풍자 섞인 상말 속담들은 주로 주연배우 장혁의 입을 통해서 거의 전해집니다.

도망친 훈련원 관노들을 추격하던 이대길이 갈대밭에서 마주친 송태하와 일검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송태하가 자신의 칼을 가볍게 받아내자 이대길은 믿을 수 없는 놀라움에 신기한 듯 태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송태하와 첫 일검을 나눈 이대길이 칼을 어깨에 걸고 묘한 웃음을 날리고 있다.


"멸치도 창자가 있다더니…"

조선 최고의 무장, 전 훈련원 판관이며 검으로는 조선팔도에서 상대를 찾을 수 없다던 송태하를 일러 멸치라니요. 하긴 아직 이때까지 송태하의 정체를 모르는 이대길이 멸치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감히 노비 주제에 내 칼을 받아 내다니…", 뭐 이러면서 작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겠다는 뜻이었겠지요.   

갈대밭에서 일전을 치르고 부상을 입은 대길은 동료 최장군에게 자신이 당한 것이 아님을 강변하며 자존심을 세우려 하지만 "그럼 왜 그렇게 고전했느냐"는 장군의 말을 들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튼 언니고 나발이고 아주 물고를 틀어버려야지." 송태하와 자기가 싸우는 갈대밭에 무차별 화살 세례를 퍼부은 추노꾼 천지호 패거리를 향한 분노의 표출입니다. 

"오는 방망이에 가는 홍두깨야." 

또 대길은 나이도 한참 어린 것이 말끝마다 반말을 집어던지는 되바라진 애기사당 설화(김하은)에게 이렇게 일갈하며 껄렁거리는 그의 매력을 한껏 발산합니다. "야 이년아, 니년은 혓바닥이 반토막이야? 왜 말끝마다 반말이야 이 년아." 그러면서 대길패에 기어이 남겠다는 설화의 고집을 나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집 센 소가 매 맞는 법이야." 

대길의 상말 속담은 1회부터 간간한 양념처럼 껄렁거리는 추노꾼 대길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며 대길을 더욱 껄렁대는 개차반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의 원작 『토지』에서도 이런 상말 속담이 많이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었었지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랍니다. 

"아나 곶감아." 

'아나 곶감아'란 말의 뜻은 아마 "바랄 걸 바라라" 하는 뜻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자주 쓰시던 말이었는데, 문경이 고향이지만 진주에서 주로 자란 어머니가 쓰시던 서부경남 지역 말입니다. 『토지』의 주무대가 진주 권역이라고 할 하동 악양이니 이용의 아내 임이네가 심술을 부리며 자주 썼을 법도 합니다.

아무튼 『추노』에서도 『토지』토지 못잖게 많은 상말 속담이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대길이 던져주는 상말 속담을 몇 개만 더 감상해보시겠습니다.


(되지도 않는 머리 굴리지 마라며) "호미 빌려간 년이 알고 보면 감자 캐간 년이라더니…"
"작두 타냐? 내 맘도 모르는데 내가 니 맘을 어떻게 알아."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유."
"검정개든 누렁개든 맛있는 개가 최고 아닌가."

아, "검정개든 누렁개든 맛있는 개가 최고 아닌가?" 이거는 오포교 나리께서 하신 말씀이시구먼요. 어쨌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2부에서 이대길과 최장군이 주막 마루에 앉아 나누던 대화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 둘의 대화를 들으며 콧잔등이 시큰해지기까지 했다고 말씀드리면 제 감동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시겠지요?

"우리 주제에 안돈은 씨, 길바닥에서 객사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아 최장군, 자네가 나보다 대여섯 더 많지?"
"한 예닐곱은 더 되지."
"뭐 아무튼, 그때까지 살면 어떤가? 세상 재미진가?"
"누가 재미있어서 사나. 다들 내일이면 재미있을 줄 알고 사는 거지."
"허허, 맞어 맞어. (고개를 끄덕이던 대길이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세상살이 별 거 없는 거야. 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
(그리고 대길은 마루에 벌렁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체념하듯 속삭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게야."

앞으로도 대길은 풍자와 해학이 가득 찬 상말 속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말 속담들은 칼잡이 대길의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할 겁니다. 어제 보니 마침내 업복이가 노비당에 입당했군요. 앞으로 양반을 모조리 죽이고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그들의 야망은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늘 그렇듯 이런 민초들의 혁명은 몇몇 사기꾼들에 의해 좌초되기 일쑵니다. 같은 노비로서 노비들의 등을 쳐 먹고 사는 원기윤이 어떻게 흘러 돌다 양반들을 죽이는 당에 입당하게 되고, 재능을 인정받아 당의 재산을 불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비당원이 됐다 한들 그 본색이 어디 가겠습니까? 결국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배신자의 길을 걷겠지요. 

3부의 마지막 장면은 노비당의 당원이 된 업복이(공형진)가 화승총으로 대길을 저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말에서 떨어진 대길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물론 대길이 주인공이니 겨우 3부에서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어떻든 업복이의 총질은 중상을 입은 오지호와 이다해가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오늘 밤이 기대되는군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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