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김태희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연기대상 우수연기자상 받고 눈물 펑펑 김태희,
           "아이리스는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소중한 작품"

KBS 연기대상을 받은 김태희가 눈물을 흘렸다는군요. 저는 사실 어젯밤에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에 <보석비빔밥>을 보고 있었거든요. 제가 요즘 가장 빠져있는 드라마는 <보석비빔밥>인데요, 중간에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회부터 다시 보느라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답니다.

우수연기자상을 받고 눈물 흘리고 있는 김태희@KBS사진제공

그리고 저는 원래 시상식은 잘 보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모든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나 출연자게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 그렇게 재미있을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 근래 방송3사의 시상식들이 대체로 상 나눠주기 행사이거나 특정 프로그램 키워주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MBC도 그랬었지요. 누구나 인정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을 배제하고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에게 상을 주고 싶었던 MBC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공동수상이었지요. <에덴의 동쪽>이 수출 등 향후 시장에서 차지하게 될 비중을 고려한 MBC의 고충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은 상이지 광고수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상식을 보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고 시상식에 대한 소감을 포스팅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늘 다음뷰를 검색하다가 김태희가 우수연기상을 받았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블로거들의 기사를 여러 편 읽어보고선 궁금증이 발동해서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연기대상 시상식은 제가 아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작년 KBS 드라마계를 휘어잡았던 세 개의 프로 즉, <아이리스>, <솔약국집 아들들>, <천추태후>가 대상과 최우수상을 나누어 가지더군요. 대상은 역시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이병헌이 탔습니다만.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연기대상을 받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아무도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의 이변이 있었지요.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우수연기자상을 받은 겁니다. 그것도 쟁쟁한 연기자들을 물리치고 말입니다. 그 경쟁자들 중에는 최명길도 있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열연한 최명길의 연기는 과연 최명길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최명길과 함께 열연한 전인화의 연기도 압권이었지요. 두 사람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인화는 연기대상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훌륭한 연기자들이 워낙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명길과 더불어 2009년 KBS 드라마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하던 저에겐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군요. 그러고 보니 박예진도 있군요. 박예진의 연기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빛낸 공신이었지요. 

어쨌든 김태희는 이런 쟁쟁한 연기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수연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혼자 받은 것은 아닙니다. 역시 여기에도 공동수상이란 절묘한 수가 적용됐습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것이죠. 구혜선은 탈만한 상을 받았지만, 김태희는 분명 의외였고 이변이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수상 수상한 김태희의 이변은 의외

솔직하게 말하자면, 의외라고 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과장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방송사들의 행태로 보아 충분히 점칠 수 있을 만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리스의 상품가치로 보나 김태희의 광고효과로 보나 방송사로선 김태희에게 상을 주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쟁쟁한 연기자들을 제치고 우수상을 수상한 김태희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발표했는데, 그 우는 소리가 진심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니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소감 첫마디는 특히 그랬습니다.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것은 아이리스였어요." 

그녀의 이 한마디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에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한마디였지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리스>가 그녀를 구원했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지요. <아이리스>를 통해 그녀는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했을 겁니다. 

소위 발연기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고요. 여전히 부족한 면들이 눈에 띠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유명세 탓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녀가 이토록 유명한 탤런트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사소한 실수들 혹은 덜 닦인 재능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꾸준하게 10여 년 이상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도 여전히 발연기에 가까운 어색한 연기로 보는 사람마저 어색하게 만드는 연기자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 보여주는 관대함에 비해 김태희에게 내려지는 평가들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최명길을 제치고 김태희의 이름이 거명됐을 때, 몹시 불쾌했지만, 마이크 앞에 서서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은연중에 동정심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단순히 울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 받고 우는 연기자들이야 어디 김태희뿐이었겠습니까.

그럼 분기탱천하던 제게 갑자기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것은 김태희가 상을 받는 소감 첫마디로 "연기자로서의 자괴감"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에 참 솔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연기력 부족 논란을 그리고 그로 인해 받았던 심적 부담을, 자괴감이라고 말할 정도의 고통을 고백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갑자기 이름이 불려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결점을 그렇게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어차피 연기대상 시상식이란 것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진짜 연기 잘한 연기자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어제의 수고에 대한 보답과 내일을 위한 격려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면 말입니다. 

감동적이었던 김태희의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이렇게 되고 보니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저의 생각도 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상은 잘한 사람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고한 사람을 위로하고 잠재력을 가진 기대주를 격려하기위해 주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새해 첫날 오후, KBS 연기대상 시상식 재방송에서 본 최명길의 모습이 그렇군요.

그녀는 상을 하나도 못 받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고 오히려 후배들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매우 기쁘게 보였습니다. 하긴 최명길이 상을 받건 안 받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상을 받지 않아도 그녀의 연기력이 인정 못 받는 것도 아닐 터이고, 최명길은 그대로 최명길일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아무튼 김태희의 솔직한 눈물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어쨌든 솔직한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