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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무학산둘레길 내려오다 만난 황당한 횡단보도

오랜만에 무학산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무학산 등산을 위해 오른 것이 아니고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오르는 것은 무척 힘들어 하지만, 걷는데는 나름 자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한 줄 모릅니다.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지요. 둘레길은 무척 잘 만들어 놓았군요. 황철곤 시장이 아무리 미워도 좋은 건 좋다고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코스는 우리집 뒤 만날재에서부터 서원곡을 거쳐 석전사거리까집니다.  



마산시내도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마산 앞바다 너머 보이는 건 창원입니다. 바다 건너편 창원시 귀산동에 두산중공업, STX중공업도 잘 보입니다. STX중공업에는 제 친구도 몇 명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는 STX 직원이 없는 회사라고 하더군요. 전부 하청직원들만 있다는 얘기죠. 저렇게 큰 공장에 정직원이 하나도 없다니, 거 참.  


가다보니 이렇게 옻닭백숙 파는 집도 보입니다. 파전, 국수도 팔고요. 당연히 동동주, 소주, 맥주도 팝니다. 날만 따뜻하다면 한 잔 걸치고 가면 좋겠습니다.  


학봉이군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무학산 둘레길이 좋은 게 바로 이거로군요. 무학산을 등산할 때는 무학산이 이렇게 깊고 큰 산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오르기만 할 뿐 산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둘레길을 걸으니 무학산의 가지가지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어 참 좋군요.

둘레길은 인자등산이 아니라 인자요산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길이었습니다.  


학봉을 돌아드는 길에 이렇게 절과 기독교 기도원이 나란히 사이좋게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의외로군요. 절과 교회 건물이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늘 이렇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으련만…


조금 더 가니 삼거리가 나왔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무학산 정상(학봉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듯), 오른쪽으로 가면 통일동산입니다. 통일동산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지만, 500M 정도를 내려가야 합니다. 다시 올라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죠? 그냥 갑니다.


조금 더 가니 거대한 무학산 품이 나타납니다. 이런 규모의 품이라면 틀림없이 성옥골에 도착한 겁니다. 서원곡이라고도 하던데, 저는 이 동네에 온지 30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헷갈립니다. 서원곡과 성옥골을 말입니다.


성옥골 계곡엔 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돌을 축대처럼 쌓아 공사를 해놓은 모습이 계곡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까지 오니 아스팔트 도로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 더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함께 간 아내와 상의해서 여기서 하산하기로 결정합니다. 날도 춥고 손도 시리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터덜터덜 내려오니 산복도로가 나옵니다.


어? 그런데 먼저 내려가던 아내가 도로 가운데 떡 서있습니다. 아니, 저 아줌마 왜 저러는 거야?


조금 있자니 웬 아가씨도 옆에 섰습니다. 우리 아줌마만 문제가 아니었군요. 그러고 보니 저기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나봅니다. 이런, 갑자기 좌회전이나 우회전 하는 차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지요?


불안합니다. 괜찮다고요? 사고 안 난다고요? 음~ 그래도 불안하긴 하네요.


횡단보도를 건너와서 반대편으로 건너가시는 분들의 뒷모습을 담았습니다. 저 위에 빨간 옷 입으신 분 보이시죠? 이분도 산에 갔다 내려오시는 모양인데요. 다음 사진 보세요.  


정말 위험해 보이죠? 만약, 저렇게 서있는데 뒤에서는 우회전 하는 차가 지나가고, 앞에서는 왼쪽에서 오던 차는 좌회전 하고 오른쪽에서 오던 차는 동시에 우회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분은 어떻게 될까요? 네? 그냥 가만히 손들고 서있으면 아무 일 없다고요? 그렇겠군요. 손을 번쩍 들고 움직이지 말고 가운데 딱 서있으면 별일이야 없겠지요. 그래도 굉장히 '쪼리'겠어요.   


잠시 있으니 실제로 우회전 하는오토바이 한 대 지나갔고요. 위에서는 계속 차들 내려오고요.


앞에서도 이렇게 차들은 씽씽 잘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 아저씨, 늠름한 모습이네요.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는 듯이 주머니에 손을 딱 찔러넣고 짝다리까지 짚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군요.


재미있는 장면이긴 했지만, 아찔한 생각도 드네요. 횡단보도를 오른쪽으로 한 15M만 옮겨도 좋을 거 같은데요. 시 예산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한 장에 25만 8천원짜리 보도블록도 까신다면서요. 보도블록 몇 장 값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인 거 같은데, 아무튼, 산행이 매우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둘레길 한 번 가보세요. 

가시는 길에 이렇게 신기한 횡단보도도 구경하시고요. 그럼 따뜻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아, 오랜만에 영어나 한 번 써볼까요?
Happy New Year!
맞나 모르겠네요. 어릴 때 이런 거 적힌 카드 서로 보내고 받고 많이 했는데, 우린 시골이라 파는 데가 없어서 직접 만들어 보내고 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