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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회갑연을 열어준 후배들에게 부치는 편지

오늘은 제 글이 아니라 다른 분의 글을 한편 소개할까 합니다. 이분은 평생을 농민운동과 진보정치운동에 바친 분입니다. 민중의 당, 민중당을 거쳐 민주노동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해 진보정당사에 커다란 역할을 하신 이분은 민노당 도당위원장으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도 하셨습니다. 지금은 진보신당 중앙당 고문이십니다.

지난 여름, 진동면 농장에서 찍은 사진


이분이 서울대를 졸업한 1970년대 초는 엄혹한 유신시대였습니다. 제 동서의 증언에 의하면―동서는 이분과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입니다―이분은 동네에서 촉망받는 천재였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은 동네사람들의 지나친 과장이 섞인 동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분이 국내 최고의 대학―당시만 해도 서울대 졸업장은 출세의 보증수표였지요―을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들 “저 친구가 왜 저러지?” 하며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제 동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머리 좋은 친구가 출세를 해서 고향을 빛내주길 바랐을 테지요.


실제로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쉽다고요. 제 동서는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지점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얼마 전에 은퇴했습니다. 그러니 이분이 살아온 인생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험난했을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나이로 보자면 사실 제겐 삼촌뻘인 이분이 얼마 전 회갑연을 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회갑연이냐고 하시겠지만, 정작 본인은 열리는지도 모르는 회갑연이었습니다. 진보신당 당원들과 당원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여 비밀리에 회갑연을 열어드린 겁니다.


회갑연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즐겁게 잘 놀았고요. 여기저기서 찬조금이 들어와서 흑자운영을 했다는 소식도 회갑연을 기획하고 주최한 이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좋은 일이었죠.


저는 늘, 민중당을 함께 만들었던 이분의 과거 동지였던 김문수씨나 이재오씨처럼 변절하지 않고 민중의 편에 서있는 이분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분의 뜻 깊은 회갑연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한번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써야하나 망설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마침 이분이 『레디앙』에 글을 한편 기고하셨군요. 이분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회갑을 맞이할 때까지 살아오셨는지 나름 알게 해주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어 회갑연 소개에 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글이 회갑연을 열어준 후배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보내는 답사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회갑연을 열어준 후배들에게 부치는 편지>로 달았습니다. 이것도 사실은 허락을 받지 않고 비밀리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이분의 오랜 인연으로 보거나, 특히 저를 특별히 귀엽게 봐주시는―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이분은 그렇게 나무라거나 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 참, 이분의 성함은 ‘임수태’라고 합니다. 지금 살고 계신 곳은 경남 마산시 진동면이고요, 농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몬테소리 어린이집을 창원에서 2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출가해서 손자도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분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임수태 선생님의  회갑을 축하 드립니다. pabi


 

연합논쟁에 앞서 해야 할 것
[기고] 반한나라당 세력 '전면적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연대를

사람은 다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한나라당 사람들이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인지, 좋은 나라는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참 많이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나라


나는 이왕 태어났으니 내 인생이 즐겁고 보람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런데 살아나가기가 참 힘듭니다. 뭐 대단하게 사는 것도 아닌데, 걱정도 많고 근심도 많고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 나라가 근심 걱정 불안 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런 나라를 만드는 데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보다 돈을 앞세우고 노상 경쟁만 말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나라에서,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살벌한 경쟁 속에 살아가려니 편할 날이 없는 것입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가난은 나라만이 구할 수 있다’고. 나는 개인의 불행을 그 사람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의·식·주, 교육, 의료, 고용, 건강, 노후를 보장하는 나라가 한국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런 나라를 꿈꾸는 것은 좌파적 발상이라고 하더군요.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 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해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맹렬하게 공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완상 전총리가 교육문제의 근원이 되는 학벌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또 사회주의병이 도졌다’는 한나라당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던 사실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값 폭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 제기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반한나라당 세력 '전면적 정당비례투표제'로 모이자


그렇습니다. 시장은, 자본주의는 사람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유일체제로 강요하는 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 정권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자본주의가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존재이기는커녕 인간을 용납하지 않는 야만의 질서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것이 어렵다면 통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국가, 즉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국가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이런 입장을 가진 국가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한나라당 정권을 반대합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반이명박 연합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논쟁과 관련하여 좀 다른 차원의 생각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반한나라를 외치는 모든 정치세력과 개인은 전면적인 정당비례투표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구 없이 전국을 단위로 한 정당명부 투표를 하고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정당비례투표제를 국회의원 선거에 도입한 나라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네덜란드) 이런 제도를 기초 광역 의원 선거에 도입하면 별 실효가 없고 올바르지도 않은, 서로 다른 정당간의 연합 문제로 다툴 필요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안 되는 일이고, 한나라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민주당도 반대할 가능성이 더 많을지 모르고요) 하지만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원안 수정을 반대하며 싸우듯 이런 민주적 제도 도입도 싸워서 풀어야 할 과제 아니겠습니까?


정치성수기에 개점휴업 하라니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민주주의도 허구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반한나라 연합은 한나라당 정권을 반대하는 일부 정당이나 그 지지자들에게는 좋지만 모든 반대세력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한나라당의 자본가 편향을 반대의 근거로 삼는 정당이나 개인은 이런 연합에 대해서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당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거부해야할 당이 있다고 해서 그 반대편에 있는 당들은 가장 센 대표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치성수기에 개점휴업 해야 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약자는 배제하는 비민주입니다.


기초나 광역의원 선거에서 전면적 정당비례투표제를 도입하면 어떤 국민의 정치적 의사도 사장되지 않고 어떤 정당이나 출마희망자도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정권이 폭주를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역행하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당이나 개인의 독선이나 민주역행도 반대해야 합니다.


내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이유를 기준으로 보면 나는 민주당도 반대하고 국민참여당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과 함께, 심지어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도 100% 반영되는 민주주의를 존중합니다. 아울러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나의 뜻도 반영될 수 있는 그런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진보신당 고문 임수태 @레디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