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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대림차노조, 대량 정리해고에 맞선 맛있는 파업

제목이 좀 거시기 하군요. 맛있는 파업? 그런 것도 있었나?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 중에선 이렇게 화를 내시는 분도 있으시겠지요. "맛있는 파업이라니. 파업이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다. 파업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비장한 결의가 없이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뭐? 파업이 맛있다고?"

네, 맞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맛있는 파업도 있답니다. 아래 사진들을 감상하시고 난 다음 이야기를 계속 나누기로 하시죠.

대림자동차 노조지회장님이 숯불에 조개를 굽고 있습니다. 대림차 지회장님은 참 부지런 분이었습니다. 자기는 먹지도 않고 이렇게 지원 나온 외부 사업장 조합원들을 위해 고기를 굽고 술 부어 주고 청소하고 하느라 늘 바쁘셨습니다.


조개가 맛있게 보이시죠? 이 조개는 어느 조합원이 다이빙해서 잡아온 것이랍니다. 그러니 신선도야 두말 하면 잔소리겠죠?


큼지막한 키조개도 있고요, 전복도 구워 먹었답니다.


숯이 모자라면 이렇게 삽으로 보충합니다. 숯을 넣을 동안 들어낸 석쇠에 놓인 빠알~간 삼겹살이 살짝 보이시죠?  


이분들은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입니다. 지원 방문 왔다가 이렇게 맛있는 거 많이 얻어먹고 간다고 좋아했답니다. ㅋㅋ


자, 삼겹살과 조개만 구워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싱싱한 생선회 맛을 볼 차례입니다. 회를 뜨시는 분은 대림차 노조지회 상집간부입니다. 아마도 정리해고 1순위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이분, 회 뜨는 솜씨를 보니 정리해고 되도 살 길은 있을 거 같습니다. 횟집 열면 되겠어요. 아니면 트럭 하나 사서 생선 실고 다니며 회만 쳐서 팔아도…


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이분 회 치는 솜씨가 거의 프로급이었습니다. 그렇게 빠른 칼잡이를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마산 어시장 생선회 골목의 아지매들도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답니다. 다들 아시죠? 회 맛은 칼잡이의 칼질 속도에 비례한다는 사실….  

아무튼 대림 노조에는 생선회 칼잡이들뿐 아니라 바다 물 속에 들어가 조개며 전복을 따거나 돔이나 노래미 같은 생선을 잡아오는 진짜 어부 뺨치는 어부들이 참 많았습니다.  


잘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은 컵라면으로 때운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 물메기탕을 끓였으니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메기탕,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니 시원한 맛이 한마디로 쥑인다~ 되겠습니다. 물메기탕을 먹기 전에 물메기 회무침을 만들어 먹었는데, 캬~ 그야말로 홍콩 가는 맛이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사진 찍어야겠다는 생각도 잊어버렸다니까요.   

다음날은 충남 대전에서 발레오공조 노동자들이 지원 방문을 왔습니다. 발레오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먹튀한 것과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의 다국적 자본입니다. 발레오 노동자들은 전원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발레오 자본이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난 다음 회사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쌍차사태의 복사판이죠.

발레오 노동자들이 오자 이번엔 환영의 표시로 낙지와 꼴뚜기들이 숯불 위에 올랐습니다. 지글지글 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습니다. 이런 거 못 먹어보셨죠? 이날은 특별히 50여 명의 발레오노동자들을 위해 대림자동차 노조지회가 나무를 이용해 술상까지 만들었습니다.
  

낙지가 열심히 익고 있습니다.


여기 낙지를 굽고 계신 분은 진보신당 경남도당 전 부위원장입니다.


자, 구경들 잘 하셨습니까? 어쨌든 <맛있는 파업>이 맞기는 맞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아무리 생사의 갈림길에 선 파업의 현장이라지만 잘 먹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당장 10년, 20년을 일해 온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속마음까지도 맛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저도 실은 그분들의 쓰라린 속마음까지야 어찌 알겠습니까.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쌍용차 노조원들이 왜 그토록 처절하게 싸워야 했는지 그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회사는 어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하는군요. 우편물을 우선 각 가정으로 발송했다고 하던데 아직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58명이라고 하지만, 293명의 정리해고 인원을 채우기 위한 작업은 계속 되겠지요. 다름 아닌 살인 작업 말입니다. 회사는 정리해고자 명단을 게시판에 공고하려고 했다가 철회했다고 합니다.

너무 비인간적이란 비난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저도 처음 그 소리를 듣고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일까 매우 궁금했었답니다. 말하자면, 사형수 명단을 떡 하니 대로변에다 게시하는 것과 같은 짓이지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기를 바랐는데, 철회했다니 아쉽군요. 악랄한 대림자본의 비인간적 면모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노조지회장님은 무엇 때문에 그걸 막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놔두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