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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치킨을 공짜로 주는 교회,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딸애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작년에 1학년에 갓 입학했을 때는 가끔 엄마를 대신해서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곤 했었는데요. 놀랍게도 저보다 먼저 아이를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답니다. 그분들은 학교 인근 교회에서 나온 신도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사탕이 잔뜩 들려있었고 이것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거 먹고 요 위에 ○○교회 보이지? 그리로 가렴. 그럼 과자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준단다. 자, 어서 빨리…"


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느님을 사탕 하나에 팔 수 있지? 사탕 얻어먹고 교회에 나오는 아이를 보고 예수님이 기뻐할까? 자기를 사탕에 팔았다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학교 교문 안에까지 들어와서 사탕을 나눠주며 자기 교회 홍보에 열심인 그들을 나무라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는 딸의 손을 잡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오는 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왠지 딸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글쎄 제가 왜 미안하고 부끄러웠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저는 학교 안에까지 들어와 사탕을 나눠주는 그분들이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딸애가 더 희한한 걸 들고 왔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을 보십시오. 여러분은 이게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처음에 통닭집에서 광고용으로 돌린 홍보전단으로 생각했습니다. 명함과 같은 두께에 명함의 세 배 정도 되는 크기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제작비용이 만만지 않아 보이는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군요.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치킨 쿠폰 5장을 친구들과 함께 가져오면 원하는 치킨을 한 마리 드립니다.

I ♡ Jeasus! 너를 초대할께~
○○교회 유초등부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빅 이벤트 소개도 있었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저도 가끔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앞에서 커피를 나눠주는 그분들을 가끔 만난답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일회용 물티슈 등도 공짜로 나눠주는 그분들은 늘 웃는 얼굴로 "우리 교회 나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지만 역시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장난기가 발동한 제가 그분들에게 이런 타박을 준 일도 있습니다.

"이런 거 나눠준다고 사람들이 교회 다니겠어요? 그러지 마시고 이명박 장로나 회개 하라고 하시는 게 훨씬 선교에 도움이 될 텐데요. 여러분들 아무리 고생하셔도 이 장로님 헛발질 때문에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 듣는 건 어쩔 수 없다니까요."

가끔 허락도 없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든지, 대한민국의 절간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기도한다든지 하는 사람들 때문에 교회에 대한 썩 좋지 않은 감정으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변함없이 도서관 앞에서 선교운동을 하는 그분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하고 감탄을 하곤 했답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요? 아무리 선교운동도 좋지만 아이들에게까지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치킨 쿠폰 5장을 친구들과 함께 가져오면 원하는 치킨을 한 마리 드립니다." 이 말은 5명을 모아서 오라는 말이로군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벌써부터 얄팍한 상술을 가르치는게 과연 신의 뜻인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