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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노회찬에게 분풀이, "MB는 뺄개이, 마산시장은 김일성이보다 더 나쁜놈!"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어제 곤욕을 좀 치렀습니다. 마산 수정만 매립지 STX조선소 입주반대 주민농성장을 방문한 노 대표에게 주민들은 한시간이 넘도록 자리에 앉혀놓고 분을 풀어댔습니다.

"개새끼!"
"뺄개이 같은 새끼들!'
"김일성이보다 나쁜놈!"

천주교 마산교구청 마당에서 농성중인 수정만 STX 반대주민들. 바닥을 탕탕 치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뺄개이 앞잡이들
그러나 그 욕들은 노 대표를 향한 것이 아니라 황철곤 마산시장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60, 70이 넘은 노인들은 황 시장과 한나라당을 향해 개새끼, 뺄개이 같은 새끼, 김일성이보다 나쁜놈 등 원색적인 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루바닥을 탕탕 치며 원통함을 토해내는 그분들 앞에서 노 대표는 할말이 없었을 겁니다.

그 노인들의 눈으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바로 뺄개이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한 노인네가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용산참사에 그놈들 하는 짓거리 봐라. 그기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고 보나. 이명박이 그기 뺄개이 아니면 누가 뺄개이란 말고? 그놈의 새끼들이 바로 뺄개이들이라."

오늘날의 마산은 바다를 매립하여 생긴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0년 전 창원부(창원군)의 자그마한 포구였던 마산은 3포개항 이후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일본인들이 들어와 정착하면서 바다를 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신마산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바로 일본인들에게 할양되었던 땅입니다. 필자도 그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뿌려놓고 간 바다를 메우는 버릇은 해방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계속됐습니다. 원래는 바다였던 지금의 마산시청 자리는 1920년대까지만 해도 송림이 울창했던 유명한 월포해수욕장이었다고 합니다. 마산에서 가장 거대한 아파트 단지인 해운동은 두산건설이 매립했는데 고작 2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창원을 지나 마산만을 달리는 해안도로변의 건물들 중에는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건물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합니다만, 그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스팔트 도로도 여름철 태양에 늘어진 엿가락처럼 휘어진 게 차를 달리다보면 마치 곡예를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최근에 새로 아스팔트를 깔았습니다만…

수녀님들이 농성장 벽에 붙여놓은 기도문인가보다. STX조선소가 들어오면 수정만은 사람이 살 수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 매립, 피해는 시민들만 
매립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입니다. 건설사들은 큰 돈을 벌어서 좋고 공무원들은 떡값이 생기니 좋은 일입니다. 물론 일선 공무원들은 해당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나 시장과 고위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요. 시민들도 물론 해당 없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매립을 그렇게 많이 했지만, 그곳에 공원이 하나 생겼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가끔 들러 배를 빌려 노를 젓던 가포도 매립이 거의 완공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수정만은 그보다 앞서 매립되었습니다. 원래 이 수정만을 매립할 때 이곳에는 주거지역이 들어서기로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느닷없이 STX조선소가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에서 용도변경을 해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마산시장이 용도변경은 물론이고 앞장서서 STX를 홍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STX 대리인을 자임할 뿐만 아니라 STX를 위해 조선소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탄압하는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STX 조선소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쪽의 어느 집에 들러 제사밥을 얻어먹었다고 이 마을 보건소장을 멀리 쫓아보냈다고 합니다. 창녕의 어느 군수가 자기를 안 밀어주었다고 읍내에 있던 보건소장을 멀리 시골 보건소로 쫓아보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제사밥 얻어먹었다고 20 수년을 이 마을에서 봉사한 보건소장을 쫓아내는 꼴은 처음 들어봅니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반대편 주민의 아들을 다른 곳으로 발령내 보내버린 것입니다. 그 아들이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제발 마산시장하고 싸우는 거 그거 좀 하지 마이소. 고마 다른 데로 이사가서 살면 안 되겄습니꺼?" 아들의 하소연에 기가 찼던 그 노인은 어제 노 대표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부모자식도 갈라놓는 마산시장은 뺄개이 앞잡이
"그 새끼들이 바로 김일성이보다 더 나쁜 새끼들 아입니까. 그 놈들이 뺄개이 아이고 뭡니까. 부모 자식을 이래 갈라 놓고, 삼촌 조카를 이간질 시키고, 이놈들이 도대체 몇 사람이 죽어자빠져야 정신을 차린단 말입니꺼." 정말 그 노인은 울려고 했습니다. 노 대표도 마치 자기가 잘못한 일인 양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히 듣기만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어제 그분들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자제? 그런 거 업애뿌야 됩니더. 수백억 들이갖고 시청 건물 지어 놓으모 뭐하노. 우리 같은 서민들 오지도 못하게 하고. 손자 같은 경찰애들 불러다 방패로 골탕이나 먹이고."

더 기가 찬 것은 반대측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엔 손님도 못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별 이유도 없이 위생검사 나와서 벌금이나 때리고, 그러니 장사도 해먹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골 바닷가의 허름한 식당들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마음 먹고 위생검사 나가면 백발백중입니다. 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허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기라. 마, 잘해 줄 필요도 없다. 고마 지금껏 살던 대로 살게 가만 내비리 도라 이말이다." 

이대로 두면 밤을 샐 것 같다고 판단한 농성장의 젊은 사람이 나섰습니다. "어르신들. 오늘 우리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게 충분히 우리 심정을 전달했다고 보고요. 내일 오전에 야당대표회담도 있다고 하시고 바쁘신 분을 너무 오래 붙들어두면 안 되니까 이 정도로 하는게 어떻습니꺼? 보니까 노 대표님이 마음이 약해서 계속하면 가시지도 못할 거 같습니더."

그제사 "맞다. 그래. 노 대표가 잘못한 기 하나도 없는데 우리가 괜히 노 대표 한테 분풀이를 한 거 같네. 아이구 미안하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와 주고 너무 고맙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노회찬 대표의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큰 박수로 환영의 뜻을 보냈습니다. 제가 듣기에 그 박수는 마치 묵은 체증을 내려보내는 기쁨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정권은 몇 명이나 더 죽어자빠져야 정신을 차리나
그러고 보니 마산시장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마산시 의원들은 한 번도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렇듯 힘없는 야당, 진보신당 대표의 방문에도 감격해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음주 월요일(6월 29일)에 이분들은 버스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간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걱정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황혼에 다다른 노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국회의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노인들이 만나게 될 것은 손자 같은 경찰애들이 들고 있는 방패 뿐일 텐데 말입니다. 언론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돈 안 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줄 언론인들이 몇이나 있을까요?

정말 몇이 죽어나자빠져야만 되는 것일까요? 참으로 그런 황망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습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까만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명박이가 뺄개이 같은 놈이라고? 마산시장이 뺄개이 앞잡이라고?" 그러나 이내 이런 의문이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나도 저 어르신들이 울분을 토해내던 그 '뺄개이' 축에 드는 건 아닐까?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는 나도 혹시 '김일성이보다 더 나쁜놈' 축에 드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