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이명박, 히틀러가 되고 싶은가?

어제,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에서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촛불문화제 이후 시민들이 함께 모여 좋은 강사님을 초청하여 정부정책의 문제와 해법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노회찬 전 국회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TV에선 많이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아, 사실은 오래전에, 그러니까 92년인가 그때 한 번 뵌 적이 있군요. 저는 그때 한참 젊은 20대였고, 그분은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사건으로 구속됐다가 갓 출소했던 때였습니다. 그는 출소하자마자 진보정당추진위원회 대표가 되었고, 저는 진보정당추진위 창원지부 노조사업부장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 때 진정추 창원지부에서 패널토론을 기획했습니다. 당시는 정세가 매우 격변하던 시기였지요. 소련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되는(사실은 통일이라기보다 동독의 패망으로 인한 서독으로의 흡수라고 봐야겠지만) 매우 가파른 세계사적 격변기였다고 할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유럽으로부터 밀려든 격랑은 사상적 혼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진보진영을 일렁거리게 했던 그런 힘든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기획했던 패널토론은 내부적 행사였고 따라서 광고를 하거나 외부에 초청장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노회찬 대표께서 패널토론의 주토론자로 내려오기로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오후 7시부터 열리는 토론회에 제일 먼저 참석한 사람은 우리 회원도 노동조합 간부도 아니었습니다. 도경 정보과 형사가 제일 먼저 방문했습니다. 그는 서울에서 노회찬 대표께서 내려오신다고 하기에 한 번 뵙고자 왔다고 정중히 말했습니다. 노회찬 대표를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아 그럼요. 정말 훌륭하신 분 아니십니까? 참 존경스런 분이죠.” 실소가 나왔습니다만, 곧 회원들이 오고 행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참 난감하더군요. 2층 다방으로 데려가 커피 한 잔 사주고 가까스로 달개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지나고 다시 노회찬 대표가 내려오시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공개적으로 행사를 알리고 장소도 좁은 사무실이 아니라 마산공설운동장 올림픽생활관 강당입니다. 시간 늦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계단을 뛰어올라가니 먼저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강당 앞 광장에서 담배도 피우고 이야기도 나누며 모여 있었습니다. 아는 분과 인사도 나누며 이리저리 둘러보니 정보경찰 같아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왕년의 진정추 대표 노회찬보다 훨씬 더 유명해진 노회찬이 왔는데도 경찰에선 뭐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아, 그러고 보니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과 지면평가위원 활동을 하는 우리 마누라도 왔더군요. 우리 마누라는 젊었을 때 마산창원 지역에서 노조활동을 함께 했던 동지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애 낳고 살다보니 그런 생각도 까마득한 게 어떨 땐 원수처럼 지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노회찬 대표 덕분에 오랜만에 이런 행사에 나란히 앉고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사회는 안병진 씨가 맡았는데 이 분 얼굴도 참 잘 생기고 차분해 보이는 게 인상이 매우 지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노회찬 전 의원 약력을 소개하면서 “1965년 부산에서 출생하시고...” 순간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듯하더니 갑자기 폭소가 터졌습니다. 노회찬 대표도 모른척 그냥 뜻 모를 미소만 흘리고 계시더군요. 그래도 그냥 서로 모른 채 자연스럽게 잘 넘긴 건 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노회찬 대표가 연단에 올라와서 맨 먼저 그러더군요. “서울 올라가면 당장 동사무소 찾아가서 주민등록부터 고쳐야겠습니다. 사회자님, 고맙습니다. 덕담으로 알겠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하긴 뭐 1965년이라고 읽으면 우리는 또 1956년으로 알아듣는 센스가 있어야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그 잘 생긴 사회자가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의 오른쪽 뒤편에 뻘쭘하게 서 있군요.
                                      가까이에서 보면 상당히 지적으로 잘 생겼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강연 초두를 이렇게 열었습니다. “제가 작년 대선이 있기 전에 딴지일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 역대 어느 정권이 경험하지 못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민란 수준의 봉기를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지 않습니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날 강연회에서도 저는 모범생 출신답게 필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집에 와서 세어보니 수첩에 앞뒤로 빼곡히 열여섯 장이나 됐습니다. 그러나 오늘 여기에 다 소개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지면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2mb가 집권 반 년 동안에 너무나 많은 코미디를 국민들에게 선사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긴지 벌써 감 잡아버리기 때문입니다. 갓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귀순한 동포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노회찬 전 의원이 한 말씀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이명박은 히틀러와 같은 역사적 반동”이라는 것입니다. “히틀러도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의회를 통해 자기의지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래도 히틀러가 독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난 20여 년 간의 민주주의의 성과를 거꾸로 돌리려는 이명박은 독재자 히틀러가 갔던 길을 걸어가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원님도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명박이 무슨 히틀러씩이나 된다고. 히틀러처럼 멋있는 것도 아니고(엥? 이러다 욕먹겠네^^) 멍청하기도 이를 데가 없건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히틀러와 뭇솔리니. 독재자끼리 참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군요. 어쨌거나 미국은
                이 두사람 덕분에 세계를 주무르는 초강대국이 되었죠. 그럼 고마워해야 할까요?  
                             [사진제공 - 사린공자님의 블로그 <Why? How?>에서 인용]

마지막으로 노회찬 전 의원은 타이타닉이란 영화 얘기를 했습니다. 두 번 보셨다는군요. 극장에서 한 번, TV로 한 번. 거대한 유람선이 침몰할 때 제일 먼저 구명정에 태우는 사람은 여자들과 어린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처럼 잘생긴 주인공(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죠? 저도 이 영화 몇 번 봤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 영화의 구성을 좀 베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도 결국 구명보트에 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IMF 이후에 나라 경제를 살린답시고 고통분담을 강요받은 건 주로 힘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 중소기업들, 영세상인들 같은 약자들이었다는 겁니다. 약자들의 고통분담으로 강자들인 대기업들은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글쎄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IMF 이후에 대기업들의 성장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재벌만 보시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죠. 이병철 때와 이건희 때를 비교해보면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이건희가 이병철이보다 똑똑해서 그리 된 것일까요?
우리가 먼저 살고나서 너희들 구해 줄께 하며 구명정을 독차지했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이 무엇입니까? 정리해고 하는 것이죠. 비용 대 효율성을 더 높이고자 하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는 같이 살자는 게 아니라 체질개선이란 미명하에 인원감축이란 칼을 들이대는 것이지요.  

그러나 노회찬 전 의원은 이명박이 제아무리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싶어 안달이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사노련 사건에서도 보듯이 형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단체를 국보법으로 엮어 넣으려고 한들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것입니다. 양심적인 몇몇 판사들 때문에 그리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역량이 강화된 성숙한 사회가 이미 그걸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노 전 의원은 이제 이명박은 아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회복하는 걸 포기한 거 같다고 했습니다. 자기를 지지하는 골수 수구보수층들만 감싸 안고 갈 것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이전의 6개월과 앞으로 올 4년 6개월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입니다. 국민의 뜻에 귀 기울여 노선을 바꾸거나 정책을 조정할 의사가 99% 없으리란 것입니다. 듣고 보니 참으로 걱정이군요. 이명박이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4년 6개월간 살아 갈 일이 걱정이란 것입니다.

“박정희도 이겨냈고, 전두환도 이겨낸 우리가 그보다 하수로 보이는 이명박을 못 이겨낸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힘주어 말하는 노회찬 전 의원은 앞으로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이 중요하며 자신부터 앞장 설 것이라는 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강연의 끝을 맺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호빵맨이란 별명답게 동네아저씨처럼 후덕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삼국지 같은 고전에서 ‘인후지덕은 왕재의 상’이라고 보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직접 보니 TV토론에서 보여주던 그 날카로움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강연회를 마치고 공설운동장 맞은편의 삼겹살 집에 저도 따라갔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 가까이 앉고 싶었는데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그래도 기분 좋았습니다. 술집에서 나오니 지나가는 행인들이 노회찬 전 의원을 알아보고 막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서 손을 잡고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아차 나도 사인 받아야지 했는데 못 받았습니다. 사실은 사인을 받고자 마음을 먹고 미리 새 수첩을 하나 준비해서 갔던 터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스캔해서 여기다 자랑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쑥스러움이 좀 많은 편이다보니 결국 실패했습니다.

저도 노회찬 전 의원처럼 쑥스러움이 많은 소년 같아 보이지 않나요? 아닌가?

2008. 9. 5  파비


<다음 강연회는 신학림 기자가 오셔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한다고 합니다. 9월 26일 저녁 7시, 도민일보 강당에서 합니다.
그리고 아래는 이금희 아나운서가 노회찬마들연구소에서 특강을 한다고 하는군요. 노회찬 전 의원은 왜 이렇게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많은가 모르겠어요. 박중훈 씨도 노회찬 엄청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번 관심 갖고 보아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녕하십니까? 노회찬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 벌써 선선함이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주민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던 제가 이제 노원사랑을 위한 첫걸음으로 연구소를 열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첫사업으로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모시고 우리들의 삶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셔서 희망을 만드는 강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마들연구소(준) 이사장 노회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