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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치열한 광고전쟁, 똥값이 쌀까, 껌값이 쌀까?

얼마 전, 주완 기자의 블로그에서 휴대폰
홍보전쟁 기사를 보며 배꼽을 잡았습니다
.

"김주완 김훤주의 세상사는 이야기" 에서 사진 인용


“마산에서 제일 싼 집”
“북한 빼고 남한에서 제일 싼 집”

다음이 완전 압권이었죠?

옆집보다 무조건 싸게 팝니다”


하하.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매일 한번 이상은 이런 홍보문구를 거리에서 보았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무심코 지나쳤던 거지요. 워낙 이런 상술에 익숙해진 지 오래 됐으니까요. 그런데 김주완 기자가 부럽군요. 아직도 이런 것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그는 아직도 풍부한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지난 금요일에 구미에 올라갔다가 비스름한 것을 봤습니다. 구미에 간 이유는 낙동강 도보기행 제2구간(경북봉화 임기, 명호, 청량산, 안동 가송협, 도산서원까지)에 함께 갈 초석님이 구미역 근처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의 퇴근시간이 7이므로 그 시간에 맞춰 열차를 타고 구미역에 내렸습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정말 환상의 강길이었습니다.

섬진강 하동포구길이 올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등에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낙동강 가송리 협곡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물론 이 길은 차가 다닐 수는 없는 길이니 섬진강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요. 게다가 이 길은 퇴계 이황 선생의 발자취가 묻어나는 길이기도 하답니다
.

퇴계선생은 이 길을 걸어 수없이 청량산을 올랐을 텐데요,
 자신의 아호마저도 청량산인이라고 고쳤다 하는군요. , 이 정도로 제가 다녀온 낙동강 홍보는 그만 하기로 하고요. 금요일 오후 6 53, 구미역은 엄청나게 북적거리더군요. 한산한 마산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서울역에 온듯한 착각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가 촌놈이 된 듯 두리번거리며 역을 빠져 나온 제 눈에 제일 먼저 뛴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바로 이것이었답니다.   “폰값 똥값”


폰값과 똥값 사이에 있는 화투짝 보이시나요? 저게 바로 똥광이란 건데요. 제가 화투는 칠 줄 모르지만 아마 대충 맞을 겁니다. 광 중에서도 팔광과 똥광이 최고라고 들었거든요. 어쨌든 이 휴대폰 가게는 대구 동신골목을 싹쓸이하고 드디어 구미에 판을 깔았다는데요. 휴대폰을 똥값에 팔겠다는 거고요. 똥값에 폰을 사신 고객님은 화투판에서 똥광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뭐 이런 이야기인 것 같네요.

폰값이 똥값이라…


, 그런데 옆집을 보세요. 이 집은 “폰값이 껌값이래요.”
 


! 정말 치열한 홍보전쟁이 김주완 기자의 말처럼 점입가경입니다. 차마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이제 아예 폰을 똥값이나 껌값에 팔겠다고 나섰으니… 먹고 살기가 어렵긴 어렵나 봐요.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니. 이거 이러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같은 대형회사들 부도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 휴대폰을 똥값이나 껌값에 팔고 그 원가부담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됩니다. ? 제가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요? 그래도 다 남는 장사라고요? 하긴 안 남기고 이런 짓 할 리도 없겠지요. 돈 되는 일이라면 공산주의도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안 되는 짓을 할 리가 없겠지요. 

그런데 여러분, 사실은요. 제가 저 거대한 똥값과 껌값 간판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던 건 그저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답니다. 폰값이 똥값이든, 북한 빼고 남한에서 제일 싸든, 아니면 무조건 옆집보다는 더 싸게 팔든 뭐 우리는 이미 이 치열한 생존경쟁에 무덤덤해진 지가 오래 되었잖아요? 

휴대폰 가게를 자세히 보세요. 그리고 간판도 다시 한 번 봐주세요. 가게보다 간판이 더 크지 않나요? 그리고 위에 김주완 기자가 찍어 올린 자기네 신문사 근처에 있는 휴대폰 가게들 간판과도 한 번 비교해보아 주세요. 확실히 틀리지요? 구미는 대체로 간판들이 이처럼 초대형이더군요. 최소한 저 간판은 똥값으로는 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던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혹시 앞 전에 제가 올렸던 기사 중에 <터미널에서 만난 비키니 아가씨들>을 보셨던 분이라면 "그래 맞다!" 하실 거에요. 제가 한 달 전 낙동강 탐사를 떠나기 위해 이곳 구미에 들렀을 때, 그때는 버스를 타고 구미종합터미널에 내렸었죠. 터미널 앞은 온통 아가씨들로 뒤덮여 있었는데요. 간판 속의 아가씨들 말이에요. 그 간판들 크기도 장난이 아니었죠. 


저는 나날이 이토록 커지는 간판들이 걱정이네요. 작년이었던가요? 아니면 재작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신년기획 다큐멘터리에서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프랑스의 얀이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산하를 찍으면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한국의 산과 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정말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들은 너무나 황량하다. 미안하지만, 한국의 도시들은 너무 볼품없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민망하다.

한국의 도시들은 건물들도 너무 개성이 없이 지어졌지만 거기에 달린 간판들도 너무 무질서하고 너무 크다.

 

대체로 이런 투로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요. 유럽 사람답게 참 솔직하게 말한다 싶었지만, 살짝 기분이 나빴던 것도 사실이었지요. 그런 제 마음을 알았던지 그는 친절하게도 또 이렇게 마무리 코멘트를 해주었답니다.  다만, 한국의 절들은 정말 감동적이다. 자연에 녹아 든 절의 모습은 실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실제로 백두대간을 따라서 헬기를 타고 사찰을 찍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오래된 절의 모습은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요즘은 절에서도 자연을 배제한 인공의 모습이 많이 발견되기도 합니다만,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건축기술을 보고 싶다면 여전히 절로 가야 한다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겁니다.  

 

아무튼, 오늘 제 블로그에서 무지막지하게 큰 도시의 간판 때문에 눈을 버리신 분이 있다면 보상하는 의미에서 아름다운 한국의 건축물 사진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은 제가 엊그제 낙동강을 타고 내려오다 가송리 협곡을 지나 농암종택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긍구당입니다. 뒤에는 낙동강이 살짝 보일 겁니다.

 

아이고, 결국 마무리는 낙동강 타령이군요. 요즘 제가 낙동강에 풍덩 빠졌거든요. 금강산 가는 길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청량산으로 가는 가송협과 퇴계 오솔길 만은 못할 것이다. 왜냐? 거긴 낙동강이 없으니까….” 이건 그냥 제 말인데요. 믿기지 않으시면 한번 가보세요.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