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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별뜻없이 낙동강 명예를 훼손했네요

"낙동강 천삼백 리를 걷는다" 도보기행을 떠나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의 산골오지를 걷다 보니 인터넷이나 신문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제1구간 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떠나기 전 제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이 경남도민일보에 실렸군요. 그런데 그만 중대한 실수 하나를 하고 말았습니다. 유로연장 기준으로 남한에서는 낙동강이 가장 긴 강인데 한강이 가장 길고 낙동강이 두 번째라고 해놓았던 것입니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역사적 발원지이고, 실제 최장발원지는 10여 킬로 위에 있는 너덜샘)에서 안내도반이신 신정일 선생으로부터 낙동강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아차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따지면 압록강, 두만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지만, 남한에서만 따지면 가장 긴 강이었거든요. 우리나라의 4대강은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 한강이며 길이도 써놓은 순서대로입니다. 본의 아니게 한국 제1의 강 낙동강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 해도 신중하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울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 점에 대하여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래 글은 "낙동강 천삼백 리를 걷는다" 제1구간에 참여하고 난 이후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까페에 올린 글입니다.           파비

존경하는 신정일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들, 영광이었습니다. 다정다감이 넘쳐나는 <우리땅걷기> 회원님들과 함께 걸었던 낙동강 제1구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눈보라가 뺨을 적시던 아름다운 석포리 물길, 꿈결 같은 승부역,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울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걸었던 가막굴,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환상적인 철길여행, 즐거웠습니다.

 

아직 그 감동이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영원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사진을 무려 7백 장이나 찍었답니다. 그러나 쓸만한 사진은 거의 하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낙동강을 위해 똑딱이캐논450으로 업그레이드 했건만, 역시 제게는 똑딱이가 어울리나 봅니다. , 그리고 DSLR은 배보다 배꼽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구미에서 치과를 운영하시는 초석님. 정말 고맙습니다. 초석님이 아니었던들 멀고 험한 태백산을 어찌 올랐겠습니까. 초석님이 아니었던들 오늘 이 영광과 행복과 즐거움은 그저 몽상 속에서나 가능했을 터이지요. 초석님은 훌륭한 치과의사 선생님임에 틀림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환자들 이 뽑을 때도 절대 안 아프게 해주시겠지요? 하하.

집으로 돌아오니 제가 올라가기 전 써놓았던 글이 우리 동네 지역신문에 실렸군요. 그저 답사를 떠나기 전 감상문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는데, 저와 친분이 있는 신문사 기자님이 보시고 실어주셨네요. 제겐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혹시나 우리땅걷기와 신정일 선생님께 폐가 되지나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황지에서 신정일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던 중 낙동강이 가장 길다는 말씀을 듣고 아차! 했답니다낙동강 천삼백 리 도보기행에 참여하며」 에는 한강에 이어 낙동강이 두 번째로 길다고 써놓았거든요. 이런 실수를 하다니….

 

환상적인 낙동강 길을 걸으면서도 내내 찜찜한 마음을 털어낼 수 없었습니다. 첩첩 산골에 PC방이 있을 턱도 없으니 수정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더니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기자로부터 글 좀 쓸게요! 하는 간단한 문자가 온 것입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그 시간이면 벌써 인쇄가 들어갔을 테니까요.

 

본의 아니게 낙동강의 명예를 훼손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살펴보니 낙동강과 한강의 길이(유로연장), 넓이(유역면적), 유량 등에 대하여 발표하는 주체들마다 차이가 있군요. 어느 걸 기준으로 삼아 야할지 매우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참 멍청한(!) 회원이지요?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곳 경남지역은 요즘 4대강 살리기와 연계한 지리산 댐 공사 문제로 시끄럽답니다. 정부와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낙동강은 이미 죽었으므로 강 살리기 공사를 해야 하고 더불어 부산, 대구지역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낙동강 취수원을 지리산 댐을 만들어 옮겨야 한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무슨 말인지 제 머리로는 아직 이해가 잘 안될뿐더러 불쑥 이런 궁금증마저 듭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죽은 낙동강 물을 우리에게 먹였단 말인가? 그리고 낙동강은 도대체 누가 죽였을까? 언제 어떻게 죽었을까? 그리고 돈을 위해 개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낙동강을 맡겨두면 낙동강을 친환경적으로 살린다는 게 정말일까?

 

한쪽에선 낙동강은 이미 죽었다!고 하고 반대편에서는 아니다. 낙동강은 아직 살아있다!고 주장합니다. 죽었다는 쪽은 정부와 개발업자이고 살아있다는 쪽은 강을 보호하고 살려야 한다던 환경단체들입니다. 제 눈엔 이 어처구니없는 공방이 미련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세상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러한 때에 낙동강을 직접 걸어보는 것이야말로 답을 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길을 허락하신 우리땅걷기와 신정일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구간까지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에서 수여하는 인증서를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노력의 첫 번째가 댓글을 빨리 다는 것이더군요. ㅎㅎ
(주; 신청경쟁이 치열해 참가댓글을 빨리 달아야 함)

 

걷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