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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낙동강 천삼백리 도보기행을 시작하며

낙동강 천삼백 리 도보기행을 시작하며


이 정부가 낙동강을 살리겠다며 파헤치겠다 합니다. 멀쩡한 강을 파헤치면 다시 살아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그 의도가 심히 수상쩍습니다. 최근 10, 2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돼온 환경운동단체들과 뜻있는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죽어가던 한국의 강과 산과 바다는 생기를 많이 되찾았습니다.  

 

당장 우리동네만 해도 그렇습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봉암갯벌에서 다시 조개가 잡힌다고 합니다. 마산만이 아직은 그 오염도가 심각한 지경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에 비해 괄목상대할 만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을 줄로 압니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마산에서 승용차를 타고 창원공단으로 출근할라치면 수출정문 해안도로를 지날 때는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반드시 창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창문을 열고 해안도로를 달려도 예전처럼 머리가 빠개질 듯한 냄새가 달려드는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강과 산과 바다가 서서히 그 생기를 되찾고 있음에도 갑자기 강이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은 4대강 살리기지만 그건 허울이고 강을 파헤쳐 완전히 죽인 다음 자기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강 즉, 운하를 만들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경우엔 ‘수술’이 아니라 ‘장례’라고 해야 올바른 어법이라고 보아집니다.  

 

아직도 우리의 강과 산과 바다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작금의 이 기괴한 현상들은 우리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환경운동가들로 하여금 우리나라 강은 너무나 깨끗하다!고 강변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역설 중의 역설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최고의 비경 상주 경천대. 이미지=상주경천대 홈페이지


낙동강은 한강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강입니다. 남북을 합치면 압록강이 가장 길지만, 남한만 따진다면 한강이 497.25km 낙동강이 513.5km로 남한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경상도를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낙동강은 다른 지방의 강들과 다르게 주변의 모든 강들이 한줄기로 모여듭니다. 

 

특히 전라도의 강들이 서해와 남해로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지는 것과 달리 경상도의 강들은 모두 낙동강으로 모여들어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남해로 흘러갑니다. 이것을 빗대어 호사가들은 전라도의 풍토가 자유분방하며 창조적인 반면 경상도는 일사분란하고 충성심이 강하다는 말로 비교하기도 합니다.

 

낙동강은 신라 이래로 ‘황산진’ 또는 ‘견탄’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 초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에서는 ‘낙동강’ 또는 ‘낙수’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낙동강은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낙동강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 최근에는 가야(가락국)의 동쪽을 흐르는 강에서 따왔다는 설을 많이 믿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야에 대한 관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산 약용도 낙동강의 지명에 대해 가야(가락국)의 동쪽을 흐른다 하여 예로부터 낙동강이라 불렀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국여지승람이나 연려실기술, 택리지에서는 모두 다른 유래를 이야기합니다.

 

예로부터 상주를 낙양이라고 불렀으며 낙양의 동쪽을 낙동, 서쪽을 낙서, 북쪽을 낙원 또는 낙상, 남쪽은 낙평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상주에 가면 이런 지명들이 그대로 존재합니다. 또 낙동강은 상주 즉, 낙양으로부터 동쪽 30여 리 밖에 있다고 동국여지승람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낙동강백 리 뱃길’이라고 할 때 그 기산점은 바로 상주의 낙동나루입니다. 이처럼 낙동강의 유래에 대하여 여러 기록들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고찰해 볼 때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가야의 동쪽을 흐르는 강보다는 상주 즉, 낙양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란 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낙동강은 천삼백 리를 굽이쳐 흐르는 곳곳에 조상들의 숨결을 묻어놓았습니다. 봉화와 안동을 지나는 곳에 무릉도인 주세붕과 청량산인 이황으로 하여금 사림의 토대를 닦도록 했으며 상주에 닿아 드넓은 곡창지대를 펼쳐놓았고 선산에 이르러서는 조선 최대의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택리지에서도 조선 인재의 반은 선산(오늘날 구미)에서 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구를 지나 창원에 이르러 지리산을 휘돌아온 남강과 힘을 합치고 밀양을 거쳐 김해에 다다라 다시금 드넓은 들을 일구어낸 다음 유유히 바다에 몸을 섞습니다. 낙동강은 창녕을 거치면서부터 주변에 여러 개의 습지를 흩어놓아 생명의 보고를 만들기도 합니다. 소벌(우포늪)과 주남저수지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과 철새들이 생명을 노래합니다. 낙동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역사의 숨결이고 생명의 보고인 것입니다.
 
이 정부가 어떻게든 낙동강을 파헤쳐 대운하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멈추지 않는 속내를 공군전투기의 비행까지 방해해가면서 제2롯데월드를 허가한 정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세 명의 대통령이 15년 간이나 이어진 롯데측의 끈질긴 로비에도 불구하고 “NO!” 한 사안이 하루아침에 “YES!”로 바뀌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토록 국가안보를 외치며 애국자연하던 수구보수인사들은 한마디 말도 없습니다. 

이 돌연한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불붙은 가스통을 짊어진 HID도 없고 자유총연맹도 없으며 구국의 기독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공산주의도 팔아먹는다는 자본의 위력이 실로 경천동지할 만합니다. 그 자본가의 대표적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앉았으니 누가 감히 대적을 하겠습니까? 이제 바야흐로 이윤추구에 어떤 장애도 이적행위가 되는 시대가 온 듯합니다. 

이러한 때에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낙동강의 모습을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 태백에서 부산까지 순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예 답사가 아니라 순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법을 여러모로 알아보던 중에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대표 신정일)>라는 곳에서 태백 너덜샘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낙동강 걷기탐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쁜 마음으로 당장 회원가입을 하고 탐사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1구간을 답사하기 위해 떠납니다. 

<우리땅 걷기> 카페의 낙동강 도보기행 안내문에는 다음과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강 정비다, 운하다 말이 많습니다.  두 눈으로 보고, 두 발로 느낄 수 있는 낙동강 걷기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파비

※ 제1구간은 낙동강 발원지 태백 너덜샘(황지보다 10여 킬로 위에 있다 함)에서 봉화 청량산 언저리까지가 될 거 같습니다. 중간에 승부터널(봉화군 석포면 승부리, 이곳 사람들은 가막굴이라고 함)이 있는데 이곳을 직접 통과할런지도 모르겠군요. 신정일 선생의 <낙동강역사문화탐사>에 보면 ‘까마득히 보이는 희미한 작은 점 하나를 쫓아 터널을 통과하는 살 떨리는 기분’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승부터널(가막굴)을 넘어 낙동강을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혹덩이들을 안고 그리로 가려고 하진 않겠지요. 이제 글도 올렸으니 봇짐 메고 떠납니다요.

ps; 낙동강 총연장이 513.5km, 한강이 497.25km로 낙동강이 남한에서는 가장 긴 강입니다.(브리태니커 사전) 우리나라 전체(한반도)를 따지면 압록강 두만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며 한강은 네 번째로 긴 강입니다. 그래서 위 경천대 사진 아래 첫 번째 문장 <한강에 이어  가장 긴 낙동강>을 <남한에서 가장 긴 강>으로 정정했습니다. 중대한 착오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확인해보지 않고 기술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도 조사,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는 경험으로 삼겠습니다.  

ps2; 정확한 유로연장(길이)에 대해 발표주체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옵니다. 확인이 필요할 듯하고요. 어떻든 남한에서는 낙동강이 가장 긴 강입니다. 유량은 한강이 가장 많다고 하는군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이유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