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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민주노총, MB정권과 경찰의 추태를 답습하나

민주노총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중앙의 핵심간부가 가해자다. 그것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이라고 한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벌써부터 은폐와 부정,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나는 민주노총에 무던히도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을 결성하던 날, 눈 덮인 겨울의 서울, 지하철을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며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대회장으로 향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해 겨울은 어지간히도 추웠다.

민주노총, 이 정권과 경찰이 벌이는 추태를 답습하려는가?
그러나 다른 어디도 아니고 민주노총에서, 그것도 핵심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진보세력의 표본이 되어야 할 민주노총이 벌이는 행태가 최근 경찰과 검찰이 벌이는 짓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단 은폐하고, 사건이 드러나면 부인하고, 그래도 곤란하면 핑계를 대고, 그러다가 양비론으로 몰고나가는 것은 추악한 범죄집단이나 할 짓이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는 경찰청장 김석기의 발뺌을 비판했었다. 그런데 오늘 민주노총으로부터 다시 그 짓을 보고 있다.

참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통곡할 일이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 내부에서 벌여온 부정과 비리, 폭력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숱한 성폭력 사건, 회계부정 사건으로 얼룩져온 것이 최근 진보세력의 자화상이다. 불과 1~2년 전에는 민주노동당이 회계부정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진보세력의 도덕성 타락,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경남, 울산, 광주 등 각지에서 수억대에 이르는 회계부정 시비로 내분을 겪다가 마침내 북한공작원과 내통하여 간첩죄를 범한 민노당 사무부총장 처리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진보신당과 갈라지게 된다.

민노당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결국 당이 찢어지는 결과까지 초래한 것이다. 세상 어디나 그렇듯 패권주의의 이면에는 돈 문제가 걸려있게 마련이다. 여기에는 진보세력도 예외일 수 없었다. 또 패권주의는 필연적으로 권위주의를 낳게 된다. 자기들 외의 모든 것은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2년 전이던가? 민노당 회식자리에서는 고위 당직자가 여성당직자를 모욕하고 폭행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었다. 당시에도 강력한 항의와 사과요구가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자체 사법부에 해당하는 당기위원회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당기위란 자기 당파의 잘못을 감추고 도리어 피해자를 몰아붙이고 윽박지르는 압박도구로 이용된다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마치 부정과 비리, 부도덕과 파렴치를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풍토 하에서 청렴함과 도덕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고 잘 지키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숨기고 감싼다고 될 일 아니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과 비리에 더해 이제 성폭력 사건까지 자행하는 진보세력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도 도피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숨겨준 은인의 집을 찾아가 강간하려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이석행 위원장이 연행된 바로 다음날 말이다.

지금 민주노총은 안으로부터 심각하게 썩어 들어가고 있다. 최근 경남본부장 선거에서는 부정선거 시비가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리투표에 투표권 박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선거부정이 자행되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멀쩡한 조합원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위로 잘라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런 것에 민주노총은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민주노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곧 다가올 위원장 직선에서 대형사고가 터질 것을 예감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시비는 아마 올해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통해 전국을 강타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로서 누가 고치자고 한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게 보다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그 전초전으로 민주노총 중앙에서, 그것도 이석행 위원장의 최측근에 의해, 성폭력 사태가 터졌다. 용산참사와 MB악법으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서야할 민주노총으로선 실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썩어 들어가는 조직을 재생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이 위기가 전화위복이 되지 않겠는가. 뼈를 깎는 반성으로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민주노총으로 거듭나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이 순간 민주노총과 진보세력을 위해 행할 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민노총 지도부는 신속하게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는 각오로 머리 숙여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태 수습은 그 다음이다. 격앙된 국민감정이 더 번지기 전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가장 용기 있는 자는 잘못을 실토하고 용서를 비는 자이다. 특히나 진보를 자처한다면 그리해야 한다. 제발 이명박 정권을 닮지 말기를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호소한다.


2009. 2. 6.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