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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우리 딸이 신문에 났어요

아이 엄마가 엊그제 수요일자 도민일보에 우리 딸이 났는데 봤냐고 물어보는군요.  아, 모르는 새 그런 좋은 일이 있었네요. 그런데 저는 왜 못 봤을까요? 요즘 세상이 온통 정치문제로 시끄럽다보니 이런 좋은 기사를 차분하게 읽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뒤로 문화면은 거의 안 읽는 거 같습니다. 사실은 제가 등산이나 여행에 취미가 있어서 그쪽 면을 열심히 보는 편이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지나간 신문을 다시 찾아서 이리저리 뒤적거려보니 역시 우리 예쁜 딸이 신문에 났습니다. 이로써 우리 식구 4명 모두 신문에 얼굴을 내미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물론 경남도민일보입니다. 집안에 경사가 났습니다. 역시 도민일보, 참 좋은 신문입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내용도 참 반갑군요. 우리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갓난 아이 때는 얼굴이며 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답니다. 게다가 밤만 되면 가려움에 참지 못하고 긁어대고 다시 아파서 울고, 그러면 아이 엄마도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그랬지요.

물론 저는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씩씩하게 잘도 잤습니다만, 마음은 엄청 괴로웠답니다. 얼굴에 흉터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게 제일 걱정이었지요. 딸아이니까요. 병원에서 주사도 많이 맞았습니다. 약도 많이 먹었고요. 커 가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토피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 등 피부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교실 마루를 새로 깔고 맨발로 생활하기 운동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공사를 했나 봅니다.

특별히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싶지만, 현직(?) 학부모로서 쑥스럽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도 있을 듯해서 그냥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좋은 기사 써주신 기자님께도 고맙다고 해야겠군요….

2008. 1. 10. 파비

실내화 벗어던지니 몸도 마음도 '가뿐'
'전교생 맨발 걷기 운동' 마산 월포초등학교
'맨발 걷기' 후 피부·호흡기 질환 급격히 감소
2009년 01월 07일 (수) 김성찬 기자 kim@idomin.com
   
 
 
6일 오전 마산 월포초등학교 현관 앞. "어이쿠, 김 기자님.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아, 네네." 취재차 미리 들르겠다고 전화를 해 놓은 터라 정창수 교장이 학교 현관까지 마중을 나와 악수를 청했다.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김종석 교감이 "자, 이거 신으세요"라며 손님용 실내화를 건넸다. 막상 구두를 벗고 실내화를 신으려고 보니 조금 머쓱해졌다. 정 교장과 김 교감 모두 그냥 양말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맨발 걷기 운동을 하는 학교답네요'라고 속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실내화를 사양했다. "저도 그냥 양말 바람으로 있겠습니다." 그랬더니 두 분 모두 손사래를 치며 끝끝내 실내화를 권한다. 외부손님은 신어도 상관없다며. 날씨도 꽤 쌀쌀했던 데다 한 번 더 내치기가 뭐해 그냥 받아 신고 정 교장을 따라나섰다.

"역시 듣던 대로 학교가 참 깨끗하네요. 먼지도 별로 없어 뵈고"라고 건넸더니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같은 말을 한다고 정 교장이 되 건넸다.

"그리고는 한 번 더 놀라시죠. 교사들과 학생들의 발이 아무것도 신지 않은 소위 '맨발'인 것을 알아 보고는요."

말 그대로 월포초는 깨끗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고자 교사와 학생들이 복도와 교실에서는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굳이 이름 붙이자니 '전교생 맨발 걷기 운동'이 됐다.

맨발(혹은 날씨가 쌀쌀하면 양말로 보온을 하는 정도)로 학교생활을 하면 장점이 한둘이 아니란다.

"먼지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 등 피부질환이나 호흡기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들었죠. 맨발로 걸으니 혈액순환에도 좋습니다. 자연히 머리도 맑아지고 피로도 덜하죠. 그뿐이 아닙니다. 발바닥 지압이 되니 소화기 질병도 예방되고, 뇌신경계 활동도 원활해져 기억력도 좋아지죠." 정화 교사의 자랑이다.

월포초에서 실내화가 사라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마산 월포초등학교의 아이들과 교사들은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소음도 사라지고 먼지도 줄어 학교생활이 한결 더 윤택해지기 때문이란다. 왠지 70~80년대 '국민학교' 시절과 비슷한 풍경이다. 물론 그때는 실내화가 귀해서 신지 못했던 시절이기는 했지만. /마산 월포초등학교 제공  
 
지난해 여름 방학 복도와 교실바닥 공사를 한 뒤부터였으니 한 넉 달 남짓 정도랄까. 공사 전의 학교는 소음과 먼지로 덮인 낡은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학교 현관과 계단에는 쓸어도 쓸어도 나오는 먼지와 모래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건조해진 마룻바닥은 잔가시가 일어나 가시에 찔린 아이들로 보건실은 언제나 북적였단다.

실내화를 벗어 던지면서 이런 단점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처음부터 맨발 걷기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화장실과 급식소를 이용할 때는 부득이하게 실내화를 신어야만 했고, 실내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다가 가시에 찔리는 학생이 더 많아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됐다.

특히 아이들의 양말이 시커멓게 변하지나 않을지도 근심거리였다. 그렇지만, 학교는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일주일간의 맨발 걷기 시범기간을 보내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문을 했더니 대다수가 '만족'을 보였다. 아이들의 반응도 너무 긍정적이었다.

"편해요" "갑갑하지 않아 좋아요" "친구들 발에 부딪히거나 밟혀도 안 아파요" "먼지가 많이 나지 않아 좋아요" 등등.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가 참 깨끗하고 조용해졌다" "우리 아이가 비염이 있는데, 학교에 먼지가 많이 줄어드니 호흡기가 한결 좋아진 것 같다"며 반겼다.

얻은 게 있으니 당연히 잃을 것도 있는 법. 맨발 생활이다 보니 확실한 청소가 최우선 조건이 됐다.

긴 바지를 입고 출근한 교사들은 바지 단을 걷거나 아예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맨발 이용이 까다로운 화장실(에는 물론 별도의 실내화를 둬 불편을 최소로 줄이고 있다)과 급식소로 가려면 실내화를 두었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때도 생겼다.

하지만, 역시 맨발 생활 덕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의 매력은 이 같은 몇몇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정 교장은 "겨울이 되면 양말 위에 덧신을 신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가 쌀쌀한 날씨에도 그냥 양말 바람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죠. 난방시설도 완비된 데다 바닥도 그다지 차갑지 않은 나무재질이라 큰 무리는 아닐 터"라고 했다.

이 모두가 3년 동안 월포초에 재직하며 학교를 완전히 새롭게 '환골탈태'시킨 정 교장의 의지와 50여 명의 교직원, 900여 명의 학생의 마음과 뜻이 하나로 모인 덕이다.

정 교장은 "수준 높은 교육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교생 맨발 걷기 운동'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요 뿌듯함입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학생이 행복한 학교'의 첫걸음인 셈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