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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희대의 부정선거, 민주노총 맞나!

민주노총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주말, 민노총 경남지역본부장 선거가 있었는데, 전교조와 건설노조에서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뭉태기표'가 대거 나왔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중단을 선언했지만, 현직 민주노총 본부장이 자신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개표강행을 독려했고 결국 다수 선관위원들이 개표 속개를 주장하는 가운데 선관위원장은 퇴장하고 개표가 강행되었다.
 
현 집행부파인 기호 1번이 당선되었지만, 결국 이 사태는 법정으로 가게 되었다. 상대후보 측에서 <당선무효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민주노총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지게 되는 오욕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더욱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한마디로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18~9세기 유럽에서나 벌여졌을 투표행태가 민주노총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구시대 유럽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부유한 사람이나 귀족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세금을 못내는 가난한 사람에겐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차별적 투표가 관행이었다. 노동자들에게도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질리 없었다.

어느 대학교수로부터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B교수는 대학교수노조 소속으로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조합비 냈는데 왜 투표권을 안 줘?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선거가 자행됐어요. 이건 ‘자행’이라고 해야 말이 맞지. 나한테 투표권이 안 주어진 거야. 우리 대학에 표가 14표인데, 10표만 왔다는 거야. 그래서 4명을 잘랐는데, 내가 그 중 한명이었어. 아니, 조합비 꼬박꼬박 내는 조합원한테 위원장 선거 투표권을 왜 안 주는 거지?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내가 격렬하게 항의했지. 안 그러면 내 조합비 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 투표는 하긴 했는데… 그러니까 2차로 투표를 한 거지.”

정말 희한한 선거였다. 세상에 투표권을 안 주다니. 세금 안 냈다고 국민에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투표권을 안 준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교수노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거 같았다. 여기저기 확인했더니 몇 군데에서 투표권 제한행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8 전국노동자대회 모습. 사진=레디앙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도 2,0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본래 조합원 1인당 1,000원으로 책정된 조합비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납부해왔다. 그러다 최근 민주노총이 의무금을 1,300원으로 인상했는데 대우조선 대의원대회에서 이 안이 통과되지 못해 계속 1,000원만 납부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가 의무금 미납을 이유로 전체 조합원 7200명 중 30%에 달하는 1,800여 명을 선거인 명부에서 빼라는 지시를 했다.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국 1,800여 명의 명단을 선거인명부에서 자르고 5,400명의 별도 선거인명부를 작성했다. 다시 말해 7,200명 중 5,400명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고 나머지 1,800명은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는 투표권 주고 누구는 투표권 안 주는 게 도대체 어느 나라 선거냐?

전교조는 정반대의 케이스였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조합원수가 8,200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이다. 전교조 역시 의무금 납부비율이 65%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교조에는 100% 투표권이 주어졌다. 여기에 대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의가 제기되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교조 중앙연맹에서 전교조 경남지부 조합원들의 의무금 납부율은 100%라고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전교조 조합원이 8만 5천명인데 의무금 납부율은 65%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게 계산하면 2만명 이상이 미납으로 처리되어야 하지만, 경남에는 미납자가 아무도 없는 걸로 전교조 중앙연맹이 확인했으므로 이를 믿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계산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필자와 전화 통화를 한 민주노총의 간부인 K씨는 이렇게 말했다.

“전교조는 성향이 현 민주노총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자주파들과 같죠. 대우조선노조는 그 반대고. 그러니까 대우조선 노조는 투표해봐야 자기들 표 안 나올 거고, 전교조는 자기들 표가 많으니까…”

그러니까 자기들에게 유리한 곳에는 표를 많이 주고 불리한 곳에는 선거권을 제한하는 행태를 저질렀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다.

“대우조선노조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조합비를 안 내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모두 월급에서 조합비가 매달 원천징수 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럼 누구에겐 투표권을 주고 누구에겐 투표권을 안 주고 하는 걸 어떻게 정하죠? 어떤 기준으로 잘랐나요?”

“하하… 그게 그래서 골치 아픈 거죠. 누구를 자를 건지. 그걸 어떻게 하냐고요. 그래도 선거는 해야겠고, 선거인명부 제출 안 하면 아예 한 명도 선거를 못하게 될 판이니. 오히려 그걸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 우선 해외출장자는 어차피 투표하기 어려우니까 그 사람들부터 자르고 그 다음 입사 순으로 해서 5400명 선거인 명부를 만들었죠. 말하자면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못하게 된 거죠. 그냥 입사 순으로 자르는 게 쉽고 시간도 덜 걸리니까 그런 거지만…”

나라에서 이랬다면 민란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나라에서 이랬다면 아마도 촛불시위가 아니라 전국적인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 민란의 선봉에 민주노총이 서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정한 행태를 관행처럼 반복하면서 이명박 정권을 규탄할 수 있을까? 이명박도 이런 일은 못한다.

그나저나 민주노총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제한 당한 대우조선노조 1,800명의 조합원들에게 그동안 받은 조합비를 모두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투표권도 제한하는 노조에 조합비를 꼬박꼬박 낸다는 건 조합원 입장에선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두 눈 멀쩡하게 뜨고 강도질 당하는 거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민주노총! 정말 이래도 되나?

2008. 12. 10.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