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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돈이 있어야 운동도 한다

“내가 평생 환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으니 가능한 거였죠.”


나는 귀를 의심했다. 돈 걱정 없어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하는 사람을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물론 위 따옴표 안의 말은 내가 약간의 수정을 가한 것이다. 원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도 있다”라고 한 것을 “하였다” “가능했다”로 고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고친 말이 더 정확하게 화자의 의중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환경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만약 경제적으로 쪼들렸다면 운동에 매달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연금보험도 해놓으면 좋고,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피스텔이라도 하나 장만해놓으면 월세도 나오고 하니까,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선생도 오피스텔이 몇 개 있더라고요. 월세를 받는대요. 그러니 활동하는데 자주 나오고 그래요. 경제적으로 쪼들리면 어렵습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잘 되겠습니까?”


△ 박종권 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 경블공 블로그간담회.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종권 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이다. 나는 경남블로그공동체(약칭 경블공, 대표 김주완)가 그와 간담회를 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박종권이란 이름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의아했던 것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경블공이 기획한 ‘은퇴 후의 삶’ 간담회 행사의 첫 번째 초청자로 그를 지목했을까?


결과는 놀라움, 그냥 놀라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니 좀 상투적인 어휘를 끌어오면, 신선한 충격, 그런 것이었다. 정말이다. 나는 지금껏 노동이든 환경이든 정치든 운동에 관하여 고상하게 말하지 않고 이렇듯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예가 별로 없다. 운동도 먹고살아야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또는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그가 나는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간담회 뒤풀이 때 돌아가면서 하는 인사말에 나도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환경을 즐길 줄만 알았지 지킬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관심 많이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기로 한다. 일단 박종권 선생님이 아주 솔직하고 소탈한 분이라는 것. 차는 경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 것 아닐까. 경차 이게 또 중요한데 내가 워낙 꼽혀서 그런 걸지는 몰라도, 이게 또 환경운동가의 실천하는 삶 아니겠는가.


아무튼 박종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간담회에 대한 본격적인 포스팅은 다음 장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나도 생각 좀 많이 해봐야겠다. 뭘 생각하느냐고? 궁금하면 500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