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가 23일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몇 년 전 아들놈이 비슷한 이유와 일정으로 서울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몹시 서운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뭔가가 가슴속으로부터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 이렇게 해서 또 한 세상이 가는구나,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내미는 신이 나서 말한다.

 

아빠, 아빠, 지하철 타봤나?”

, 당연하지.”

그런데 서울은 지하철 없으면 엄청 불편하겠더라.”

그렇겠지.”

그런데 우리 마산이나 창원에는 지하철 있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

?”

지하철은 타보니까 엄청 멀리 가던걸. 이 정거장에서 저 정거장까지 거리가 굉장히 멀어. 그런데 그게 여기 있어봐. 소용이 있겠어? 여긴 너무 좁잖아.”

, 그렇구나. 맞아, 그래. 여기 시내버스는 정류장 간격이 대개 좁은데 지하철이 그렇게 서다가다 했다간 진이 다 빠지겠네.”

맞아. 지하철 있어봐야 어차피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구. 시내버스처럼 여기저기 다 설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창원이 통합돼서 서울보다 면적이 크다고들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게 아니구나. 서울은 그 넓은 땅에 사람과 빌딩들이 가득 차 있는 거고, 여긴 아니지. 사람 많은 곳만 많고 대부분의 땅은 비어 있잖아. 그러니 더더욱 소용이 없겠군. 나는 짓는데 돈 많이 들고 나중에 돈도 되지 않을 거란 생각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막상 지하철이든 도시철도든 만들어도 크게 쓰임새가 없겠어.”

 

확실히 아이들의 눈이 세심하다. 물론 작은 철도 만들어서 시내버스처럼 구석구석 다 세우고 손님들 태울 수 있는 기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든지 이 순간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딸내미의 섬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50이란 숫자를 논하기도 싫지만, 이제 나도 서서히 늙어간다. 한때는 꽤 관찰력 있다는 소리 들었는데.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