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는 늘 그런 걱정을 하셨다.

“오늘은 무얼 해 먹을까?”

그래봤자 시골에서 해 먹는 음식이란 뻔하다. 그렇지만 재료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는 늘 걱정하셨다.

“오늘은 무얼 해 먹지?”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늘 가족의 식단을 염려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그런데 나도 요즘 어머니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오늘은 무얼 쓰지?”

요즘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하는 내 걱정이다. 우리 어머니처럼 내게 주어진 소재의 폭도 매우 협소하다. 그러다보니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보다 내 처지가 더 딱한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비슷한 반찬거리를 돌아가며 내면 될 일이었다. 오늘은 미역국, 내일은 생선국, 그리고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이런 식으로 말이다.

2008. 8. 30일 경남블로그 컨퍼런스. 다음날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아직 초보다. 딸아이를 안고 있는 게 필자.


그러나 블로거는 그리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매일 신선한 재료를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한 번 써먹은 재료는 식상해서 잘 먹지 않는다. 그러니 요즘 내 고민은 우리 어머니의 그것보다 훨씬 더 하고 주름은 깊어만 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주름이 깊어간다는 건 좀 과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민은 많다.

“오늘은 무얼 쓸까!”

어제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후원의 밤에서 박영주 선배를 만났다. 그는 지역현대사 연구가다. 지단 달엔 6월항쟁사(지역사)도 펴냈고 요즘은 함양에서 근대사 발굴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그분과 나누는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블로그 이야기가 나왔다.

“부권아. 너, 요새 블로그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블로그도 결국 글쓰긴데, 글이란 일단 많이 써봐야 된다. 내 생각엔 술 먹는 거 하고 똑 같단 생각이 든다. 술도 자주 먹어봐야 잘 먹잖아. 너도 일단 자주 열심히 많이 써라. 그리고 쉽게 편하게 써라. 술 먹는 놈이 인상 쓰면서 고민하며 술 마시더나. 그저 편하게 마시는 거지.”

그래, 맞는 말이다. 편하게 쉽게 써야지. 독자들 의식하지 말고 그저 술 마시듯 편한 마음으로 써야지. 그래도 걱정이다. 이놈의 블로그란 놈이 편하게 마시기에는 아직 내겐 도수가 너무 높다. 그래도 편하게 마시고자 노력해보련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아침, 이렇듯 편한 마음으로 술 마시듯 블로그를 한다. 그러고 보니 별로 도수가 센 것 같지도 않다. 술술 잘 넘어간다. 

2008. 12. 6.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