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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크 트웨인과 생텍쥐페리의 위로

 유람선은 항상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여행객이 병에 걸릴 경우 주위의 친절한 벗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치료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크 트웨인 여행기>에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의 한 구절입니다. 이 여행 프로그램은 186721일 브룩클린에서 발행된 것으로 실제입니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2~30매에 달하는 장문의 여행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판촉홍보물인 셈입니다. 그 시절에 이런 상세하고 자상한 광고문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비유하자면 요즘 TV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보여주는 그것과 유사하다 할 것인데 어쩌면 그보다 더 섬세한 리얼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위에 인용한 문장 중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유럽인들은 치유에 있어서 위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린왕자>를 보십시오. <어린왕자>의 충실한 독자라면 아마도 생텍쥐페리가 쓴 서문을 기억할 것입니다.


레옹 베르트에게

 

 내가 이 책을 레옹 베르트라는 어른에게 바치게 된 것을 어린이 여러분은 용서해 주기 바랍니다나로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세 가지 있답니다먼저 이 어른은 세상에서 나와 제일 친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또 이 어른은 거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정도로 이해심이 많은데어른의 책들을 비롯하여 어린이를 위한 책들까지도 잘 이해해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마지막으로이 어른은 지금 프랑스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살고 있어서 내가 그를 위로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유들로 부족하다면옛날 어린아이였을 때의 그분에게 이 책을 바치기로 하지요어른들도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아이였으니까요(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헌사를 이렇게 고쳐 쓰려고 합니다.

 

어린아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이 서문에서 제가 특별히 주목해서 보는 것도 바로 다름 아닌 위로입니다. 아마도 <어린왕자> 서문을 통해 보내온 위로는 레옹 베르트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 큰 기쁨을 주었을 것입니다. 독일에 점령된 나찌 치하의 프랑스에서도 그는 삶이 주는 환희에 감사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위로.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짤막한 이 단어에 인색하지 않나요?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치료와 더불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그것을 알았기에 간단한 여행 프로그램에서조차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백오십여 년 전에 위로는 여행상품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가 오히려 위로에 인색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