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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통닭 세마리에 혹해 만원 날리다

엊저녁 집에 오는 길에 길가에서 통닭구이 파는 트럭이 500미터 간격으로 두 대나 보였다. 길거리 음식 사먹지 마라는 애들 엄마의 늘 하는 잔소리는 원래 이럴 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도 엄청 고픈데다가 두 마리에 칠천 원이고 만원 주면 세 마리나 준단다. 

세 마리를 샀다. 동네슈퍼에서 소주도 두 병 사고. 아들,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와, 맛있겠다” 하면서 서로 뒤질세라 허겁지겁 뜯기 시작했는데 한입 물자마자 “어? 맛이 왜 이래” 모두 상이 일그러졌다. 

정말 맛없었다. 맛없는 정도가 아니라 끈적끈적한 느낌에다 뭐랄까? 먹으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느낌……. 

우우, 내 돈 만원, 순간 괜히 샀다는 생각과 함께 만원이 한없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돈 없는 게 죄다, 돈만 많았으면 멕시콘지 멕시칸인지 어디서 시켜먹으면 되는데, 교촌도 있고. 하긴 통닭이 문제냐? 오만 것을 다 사먹을 수 있을 텐데. 

에고, 버스 안으로 새들어오는 통닭냄새를 맡은 지 불과 2, 30분 만에 병아리보다 조금 큰 통닭 세 마리는 길고양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게 투덜대고 있는데, 어라? 애들 엄마가 족발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젠장, 만원이 더 아깝다. 싼 맛에 홀라당 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쓰레기통에 버린 꼴이 되었다. 아니 고양이들에게 보시한 셈이지. 아무튼, 앞으로는 길에서 파는 통닭은 절대 사먹지 말아야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