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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파워블로거 커서의 하루

어제 부산대에서 열린 제 11회 정보문화포럼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매번 서울에서만 열리던 정보문화포럼이 지방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이라고 합니다.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하니 커서님이 친히 차를 끌고 모시러(?) 나왔습니다. 본래는 범어사 관광을 시켜준다는 미끼로 저를 부산까지 오게 한 것이었지만, 사정이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글쎄 공주에서 고등학생이 한 명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마음이 넓은 제가 “아,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빨리 부산역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은 좁디좁은 제 마음속은 섭섭했습니다. 범어사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저는 절 구경하길 무척 좋아한답니다.  (ㅎㅎ, 그렇지만 아주 쬐끔이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음에 구경시켜 주시면 되지요, 뭐) 

부산역 근처에 주차한 다음 커서님은 빠른 걸음으로 부산역 안으로 들어가더니 개찰구를 지나갔습니다. 저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갔지만, 이거 이러다가 나올 때 역무원에게 제지당해 집에도 못가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커서님은 대단히 저돌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서울행 KTX에 올라가시더군요.

사진=커서의 거다란닷컴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내려온다는 고삐리는 갓 수능시험을 치른 고3이었습니다. 그는 부산에서 열리는 정보문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허락을 받아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하긴 이 젊은 친구도 대단합니다. 앞으로  장래가 촉망됩니다.

그래서 커서님은 이 학생을 데리러 부산역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봉사하는 시간까지도 허비하지 않더군요. KTX에 올라가 여기저기 살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안절부절 했습니다. 저러다가 KTX가 그냥 서울로 출발해버리면 어떡하나하고 말입니다.

다행히 KTX는 출발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려 주었습니다. KTX도 커서가 파워블로거인 줄 눈치 챈 모양입니다. 그리고 커서님은 “KTX-2, 기존 KTX와 비교해보니”라는 제목으로 블로거뉴스에서 이 시간 현재 트래픽 20만을 달리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감각도 뛰어나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타고난 블로거입니다.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부산대 입구에서 부대찌개로 허기를 달랜 우리는 부랴부랴 정보문화포럼 행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노닥거릴 여유도 있었습니다. 역시 장래가 촉망되는 고삐리 블로거 미고자라드님도 보였습니다. 황금펜촉이신 세미예님께서 제게 아는 척을 해주시니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노닥거릴 이 시간에 커서님은 무얼 하고 계셨을까요? 토론회장 옆 사무실에서 토론자료를 준비하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표정도 매우 진지합니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커서님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정보문화포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커서. 가운데 헬스로그 운영자 양깡님도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가 가장 주의깊게 들었던 주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교류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온라인이 발전하면 역으로 오프라인, 즉 도서관이나 문화예술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블로거들과 정보문화포럼 관계자들의 뒷풀이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창원에서 하는 김훤주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장의 ‘습지와 인간’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야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보다 진지한 대화나 알뜰한 정보는 막후에 나오는 법인데 아쉬웠습니다.

커서님을 만날 때마다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2008. 11. 28.  파비

♥ 커서는 이날 연차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정보문화포럼 토론회 사진에 보시면 실버들이 많이 보입니다. 블로그는 실버들에게도 희망이 될 가능성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실버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도 하지요.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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